김하성 향한 박종훈의 웃픈 덕담 "빨리 좋은 곳에 가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빨리 좋은 곳에 가라."

SK 우완 언더핸드 박종훈(29)은 키움 유격수 김하성(25)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원한다. 실제 김하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강타자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가장 반가워할 투수가 박종훈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하성은 박종훈에게 통산 30타수 14안타 타율 0.467 10타점을 기록했다. 14안타 중 홈런이 4개, 2루타가 5개다. 삼진을 세 차례 당했으나 볼넷도 네 차례 얻었다.

두 사람은 20일 고척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였다. 또 다시 김하성의 완승이었다. 1회말 첫 만남, 박종훈의 초구 130km 포심패스트볼을 비거리 130m 좌중월 선제 솔로포로 연결했다. 그러자 박종훈은 3회와 5회에 김하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박종훈의 해석이 유쾌했다. 지난 21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1회 홈런)걔는 칠 공이었다. 너무 안일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뭘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다 칠 것 같다. 안타 아니면 볼넷이다. 내 입장에선 볼을 건드려주면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유독 특정 투수에게 타이밍을 잘 맞추는 타자가 있다. 김하성에겐 박종훈이 그렇다. 박종훈은 1회부터 한 방을 얻어맞은 뒤 생각을 바꿨다. "안타를 내주느니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볼넷 두 개를 내준 건 의도적이었다"라고 했다.

박종훈으로선 정면승부를 하다 한 방을 맞으니 차라리 공짜 출루를 허용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렇게 인정해버리고 다음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는 게 속 편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그날 김하성에게 홈런을 맞고도 5이닝 3실점했으니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그날 SK는 10연패를 끊었다.

보통의 투수는 '볼넷을 내주느니 안타를 맞겠다'라고 말한다. 인플레이 타구가 항상 안타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종훈이 김하성에게 내줬던 14안타 중 9안타가 장타다. 심지어 "포크볼을 던지다 홈런을 맞은 적도 있다. 직구도 맞고 커브도 맞는다. 내 커브(주무기)의 구종 가치가 떨어지느니 직구를 던지다 맞겠다"라고 했다.

물론 박종훈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김하성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느린 공을 준비 중이다. "천천히 던지는 걸 잘 못한다. 직구가 아닌 체인지업으로 (느린 공을)연습하고 있다"라고 했다. 구속 차를 더 크게 해서 타이밍을 무너뜨리겠다는 심산이다.

SK와 키움의 맞대결은 아직 13경기가 남아있다. 시즌 스케줄과 SK 선발로테이션에 따라 박종훈과 김하성은 수 차례 더 만날 수도 있고, 아예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박종훈으로선 김하성을 안 만나는 게 상책이다.

박종훈은 "하성이가 정말 야구를 더 잘해서 빨리 좋은 곳(메이저리그)에 가면 좋겠다"라고 했다. 일종의 '웃픈 덕담'이다. '자학개그'도 했다. 본인도 훗날 메이저리그에 가서 다시 김하성을 상대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도루를 이렇게 많이 내주는데 어디를 가겠나"라고 했다.

[SK 박종훈(위), 키움 김하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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