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향한 키움의 고민, 복잡하게 접근할 필요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의 주인이 누구인가."

강정호에 대한 키움 히어로즈의 입장은 한결같다. 강정호가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KBO의 1년 실격 발표와 함께 고민이 시작됐다. 강정호가 키움에 임의탈퇴 해제 요청을 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다.

KBO가 강정호에게 2~3년의 징계를 내렸다면 키움은 고민을 덜 수도 있었다. 그러나 KBO는 법적 공방 여지를 피하면서 키움에 공을 넘겼다. 키움의 선택지는 계약 후 안고 가는 것, 계약 후 트레이드 혹은 방출이다. 임의탈퇴 자체를 풀지 않는 방법도 있다.

분명한 건 현 시점에서 '강정호가 1년 뒤 돌아오면 사실상 4년의 실전 공백,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야구를 잘할까?', '키움은 김하성이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으니 전력 퍼즐은 맞아떨어질 것' 등의 의문이나 가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KBO의 징계발표 후 한 관계자는 "KBO리그의 주인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10개 구단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KBO 사무국 모두 아니다. 야구 팬들이자 소비자들이다. 모든 프로스포츠가 마찬가지다. 물론 팬들이 원하는 방향을 항상, 무조건 쫓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KBO리그 모든 구성원은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궁극적으로 팬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강정호를 향한 여론은 매우 좋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등장했다. 대부분 야구 팬과 소비자가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체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연예계, 정계, 재계 모두 음주운전을 세 차례나 저지르고 재기한 구성원은 없었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구성원이 국민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각에선 강정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한다. KBO에 제출한 반성문에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는 약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직접 KBO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거나 따로 자리를 만들어 사과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키움은 이 문제에 복잡하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를 둘 사안은 아니다. 여론을 무조건 따라가라는 게 아니다. 프로스포츠의 지향점과 한국사회의 올바른 가치 측면에서 바라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히어로즈는 창단 후 불미스러운 일을 많이 저질렀다. 다행히 이번만큼은 구단 스스로 옳은 결정을 내릴 기회를 잡았다. 임의탈퇴를 해제하더라도 인연을 이어가지 않는 선택지가 있다. KBO리그의 주인들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게 현실이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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