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신작에 좋은 선례되길"…'침입자', 코로나19 사태→첫 상업영화로 출사표 [종합](MD현장)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극장가. 영화 '침입자'가 재도약의 첫 발을 내딛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언론시사회가 열려 손원평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지효, 김무열 등이 참석했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국내 극장가를 녹일 첫 주자다.

당초 '침입자'는 3월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개봉일을 5월 중순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보다 더 심화되자 개봉일을 다시 변경, 오는 6월 4일로 최종 확정했다. 연일 역대 최저 관객수를 찍는 등 현재 영화계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나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베일을 벗은 '침입자'는 10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긴박감 넘치게 끌고 가며 서스펜스 장르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이야기의 끝에 배치된 반전과 금세 닫히는 결말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나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손원평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이날 손원평 감독은 "코로나19로 극장이 오래 쉬었는데, '침입자'가 관객에게 처음 다시 선보이는 상업영화가 됐다. 감독으로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마조마한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이어서 개봉할 영화들을 위해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관객들도 극장이라는 환상의 공간에 못 오신지 너무 오래 되셨을 텐데, 저희 영화를 시작으로 즐거움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진 역의 송지효는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면서 불타고 있다. 대중문화가 많이 침체돼있다. 기분이 다운돼있을 때, 저희 영화가 좋은 재미가 되길 바란다. 저도 아까 영화를 보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느낌이다.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지만 오랜만에 극장에서 문화를 즐기고, 생활에 활력이 생기길 바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서진 역의 김무열 또한 "많은 분들 앞에서 인사를 드리는데 정말 감격스럽다. 또 좌석을 띄어 앉은 것도 감명 깊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물리적 거리는 벌어져있지만 저희의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면 좋겠다. 지금도 방역의 최전선에서 많은 분들이 싸우고 계신데, 저희 또한 저희의 일터와 삶을 지키기 위해 나서고 싸워나갈 거다. 관객 분들이 한 분이라도 극장에 오신다면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8년 전 '침입자'를 기획했다던 손 감독은 "영화를 기획한지는 8년 정도 됐다. 오랜 시간과 변주를 거쳐 지금에 오게 됐다. 제가 소설 '아몬드'를 쓸 때, 출산 당시였는데 그 때 들었던 걸 바탕으로 썼다. 과연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은 주제를 스릴러 영화로 표현해보고 싶었고 시작은 '낯선 사람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설로 먼저 대중과 만났지만 자신은 영화인인 것을 강조한 손 감독은 "이렇게까지 데뷔가 늦어질 줄 몰랐다. '아몬드'를 쓸 때는 출산을 한 직후여서 영화 프로젝트를 가지고 일할 수가 없던 시기다"며 "늘 창작자로서 제게 오는 여러 감상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하나의 장르,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극중 사이비 종교가 등장한 것 또한 이러한 맥락이다. 손 감독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얽혔던 신천지 논란을 두고 "사태를 보고 놀란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날 뿐이다. 늘 이런 문제가 있어왔고, 주변에 있다는 건 누구든 알고 있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사실 친밀한 가족이 가장 많은 비밀과 어둠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가족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도 허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과 병치시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진 캐릭터의 이중적인 면모와 서늘한 분위기를 유려하게 그려낸 송지효는 "제가 욕심이 났던 시나리오고 캐릭터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많이 후회가 된다"며 "제 연기보다 (김)무열 씨의 연기가 너무 멋있어서 깜짝 놀랐다. 제가 조금 더 잘했으면, 더 대립 관계가 됐을 거 같아서 아쉬운 게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제가 해오지 않았던 캐릭터고 느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기대를 당부했다.

영화 '기억의 밤', '악인전' 등으로 스릴러 장인으로 등극했다가 최근 '정직한 후보'로 코믹 강자 면모까지 뽐낸 김무열은 다양한 이미지 변신에 대해 "부담감보다는 제가 배우로서 이겨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얼굴을 찾는 건 매우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편, '침입자'는 6월 4일 개봉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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