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파괴된 가족, 송지효의 광기 [MD리뷰]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서진(김무열)은 어떤 건물이든 '집'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이나 정작 자신은 '집'과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로 허덕인다. 25년 전 놀이공원에서 동생 유진(송지효)을 잃어버렸고, 6개월 전엔 아내까지 뺑소니 사고로 떠나보냈기 때문. 이 탓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그는 유진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보통의 오빠라면, 자신의 실수로 놓친 동생의 복귀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겠지만 어느 영문에서인지 서진은 적대감만 드러낸다. 뺑소니범을 찾기도 버거운데, 낯선 여자의 등장은 정신적인 고단함을 더한다. 반면 부모님은 "한 집안에 살아야 가족"이라며 속전속결로 함께 살기로 결정, 유진을 환대한다.

유진은 가족은커녕 자신조차 돌보지 못하는 서진과는 달랐다. '딸'로서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 덕에 집안의 공기도 바뀌었다. 성당 지인들과 기도회를 가지던 엄마는 유진이랑만 시간을 보내고, 여전히 방황 중인 서진을 질책하던 아빠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엄마의 부재로 외로워하던 딸도 유진을 곧잘 따른다. 모두가 꿈꾸던 완전한 가정이 완성됐지만 서진은 자신의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음을 느끼고, 의심 정황이 속속히 발견되는 유진에 대한 공포도 커져만 간다.

영화 '침입자'는 소설 '아몬드'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한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예리한 포착력과 섬세한 심리묘사, 일상적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뛰어난 창작자인만큼 '침입자'가 던지는 질문은 매력적이다. 단순히 가족을 스릴러 소재로만 활용하지 않고, 가장 안정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관계로 평가받는 '가족'이란 집단의 보편적인 성격을 역설적으로 비튼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빠르게 치고 나가 서스펜스를 탁월하게 유지한다. 약-강의 전개가 아닌, 강-강의 전개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의문의 존재의 실체를 추적하고 따라가는 과정에서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의 스토리라인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어느 면에선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침입자'는 서사를 유진과 서진, 두 인물에 양분하다 결말에서 하나로 배합시킨다. 추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이나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해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극 초반부터 유진 캐릭터의 스산함이 직선적으로 표현되고, 서진의 시선 밖 상황까지 객관적으로 그려져 상상이 손쉽게 가로막힌다.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선 대사로 설명하는 데 그쳐 몰입이 약해진다. 결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열연이 일부 아쉬움을 해소시킨다. 송지효의 변신이 가장 반갑다. 예능 활동 이후에도 연기를 이어왔던 송지효이지만 예능 이미지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 대중과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그러나 유진을 입은 송지효는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킬 정도로 강렬하다. 우리가 알던 친절한 얼굴, 우리가 몰랐던 싸늘한 미소가 효과적으로 교차되며 영화의 온도를 적절히 올리고 낮춘다. 그래서 송지효의 다음 변신이 더욱 기대된다. 극을 주도하는 김무열 또한 부족함 없이 스릴러 장르에 밀착했다. 처절함, 분노, 혼란 등의 감정 표현도 폭발력 있게 그려냈고 짧은 액션도 유려하게 소화했다.

'침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영화계 침체를 딛고 등장하는 첫 상업영화다. 영화계는 물론, 관객들의 기대도 상당하다. 스릴러의 재미를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고민 없이 극장으로 향해도 좋을 듯 하다. '침입자'를 이어 개봉할 다음 영화들을 위해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는 손원평 감독의 바람이 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는 6월 4일 개봉.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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