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소형준, 이강철 감탄 "정말 야무지다"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정말 야무지다. 대단하다."

KT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에게 되도록 과도한 칭찬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졸신인을 너무 띄워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의식한다. 물론 너무 좋은 떡잎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유망주다.

그런 이강철 감독도 소형준의 3일 수원 두산전 3회초 투구는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유찬, 정수빈, 오재일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2사 만루 위기. 2-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타석에는 김재환. 큰 것 한 방을 맞을 경우 경기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다. 더구나 전날 2안타로 타격감도 좋았다.

그만큼 소형준으로선 큰 위기였다. 그러나 초구 체인지업, 2~3구 투심으로 잇따라 김재환의 헛스윙을 유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닝종료. 그 순간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소형준을 바라보던 이 감독은 "정말 야무지다. 대단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소형준은 그동안 투심을 주무기로 쓰면서 포심과 커브, 슬라이더 등을 섞었다. 그러나 이날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김재환에게도 초구에 체인지업으로 시선을 흐트러트리며 주도권을 잡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 감독은 "체인지업이 그렇게 좋은데 왜 안 썼을까"라고 했다. 내심 왼손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더 활용하길 바랐지만, 베테랑 포수 장성우가 잘 이끌어주는 걸 믿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변하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소형준은 만 19세다. 그날 등판이 1군 통산 다섯 번째였다. 아무리 떡잎이 좋다고 해도, 아직 경험이 일천한 유망주다. 신인이 1군의 벽을 뚫는 것도 어렵고,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한 것만으로도 사건이다.

그러나 소형준은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동료와 벤치의 피드백까지 소화할 줄 아는 투수라는 게 입증됐다. 이 감독이 놀란 건 단순히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겨서가 아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서 투구패턴을 바꿔 상대 간판타자를 제압했기 때문이다. 보통 신인이 아닌 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잠재력을 실감했다.

이 감독은 "이젠 형준이가 강약조절까지 하더라. 변화구 계열을 섞어야 직구가 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볼넷 3개도 9번 타자(이유찬)에게 내준 건 잘못됐지만,(두산 상위타선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개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막아내더라"고 했다.

그저 공 던지기에만 급급해도 이상하지 않은 신인투수가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알고 실전서 수정까지 척척 해내니 이 감독으로선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 때문에 이 감독은 "그 승리는 KT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형준이의 승리(4승)도 중요했다"라고 했다.

올 시즌 각 팀에 좋은 영건이 많이 보인다. KT도 마찬가지다. 만 19세 소형준의 야구지능이 예사롭지 않다.

[소형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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