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의 진심 "낮게, 야수 믿고 던져라? 제일 싫어한다"[MD토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낮게 던지고 야수 믿고 던져라."

투수라면 이 말을 수 차례 듣는다.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이 말을 참 싫어한다. 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번씩 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낮게 던져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으면 가만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해서 프로에 입단한 투수라면 이미 10년 가까이, 지겹도록 이 말을 들었다. 그런데 굳이 그 말을 또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잔소리'라는 의미다. 손 감독은 항상 "마운드에선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던지고 싶을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라고 한다.

손 감독은 "투수는 누구나 낮게 던지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오히려 투수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라면서 "나도 최대한 안 하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힘 빼고 던져라', '낮게 던져라'고 한다"라고 털어놨다.

단, 그런 말을 듣길 원하는 투수가 있다는 게 손 감독 설명이다. 그래야 더 집중해서 잘 하는 투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어떤 투수는 내게 '제가 힘이 들어가면 힘 빼고 던지라고 말을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해준다"라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같다. 손 감독은 "자기가 몸이 앞으로 쏠리면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 투수도 있었다. 안 불러주면 본인이 벤치를 쳐다 본다. 그런데 나중에 영상을 보면 폼은 거의 비슷하다. (앞으로 쏠리지 말라는 말을 듣기 전과 후의 차이가 없다는 의미) 미세한 차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결국 그런 말을 듣기를 원하는 투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싶어서라는 설명이다. 손 감독은 "결국 선수를 믿어야 한다. 라인업을 정하면 그 위치에 있는 선수가 그날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심을 하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긍정적이지 못한 생각을 한다. 그러면 선수가 벤치를 보게 되고,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게 된다"라고 했다.

사실 키움은 손 감독 부임 전부터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단,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손 감독의 리더십이 키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다.

[손혁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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