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 열광케 할 K-좀비의 진화!"…강동원→이정현의 '반도', 역대급 韓 블록버스터 탄생[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굴복시킬 K-좀비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이 참석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지난 2016년 개봉해 국내서 11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2016)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연상호 유니버스, 일명 '연니버스'다. '부산행'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데 이어 '반도'도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국내 개봉 전 185개국에 선판매되는 것은 물론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에서 동시기 개봉까지 확정지으며 저력을 과시했다.

좀비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가져오며 한국형 좀비의 시작을 열어젖힌 연상호 감독은 'K-좀비'라는 단어에 대해 "'부산행'을 만들 때는 'K-좀비'라는 말이 생길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런 단어가 생겼다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을 밝힌 뒤 "사실 'K-좀비'는 공간적 특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부산행'에서는 고립된 KTX에서 생겼다고 하면, 이번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된 반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낯선 배경이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이해하는 코드들, 한국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길 바랐다"고 한국 좀비의 특성을 설명했다.

'부산행'으로 관객들이 가진 기대가 남다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인만큼 전작과 같은 관객 몰이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연 감독은 "개봉을 7월 정도에 하겠다는 생각으로 작년부터 해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지만 예정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막상 오늘 시사회를 여니 오랜만에 극장이 붐비는 것 같다. 오래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력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엔딩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그는 "'부산행'과는 다른 엔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보다 더 희망적이길 바랐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희망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반영됐다"며 "캐릭터들은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만, 탈출한 이후의 세상도 녹록지 않다는 설정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누구와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인공으로 나선 강동원은 다시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을 연기했다. 정석은 4년 전 전대미문의 재난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오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정석은 현실성을 가지고 약간은 차가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재난 상황을 맞이하며 인간에 대한 여러 실망감,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온다. 군인으로서 훈련은 잘 돼있지만 히어로는 아니다. 오히려 이정현 선배님의 가족들이 히어로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또 큰 인기를 끌었던 '부산행'의 후속편 격인 '반도'의 주인공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 영화의 속편의 성격을 가진 영화를 찍는다는 건 배우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감독님이 그리고 계신 비전과 생각이 좋았다. 또 시나리오를 보니 '부산행'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 구조가 좋았다. 영화를 결정하거나 만들어가고 개봉을 기다릴 때는 늘 압박이 있다.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다 해소가 됐고 든든했다. '부산행'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공유 형 팬들도 응원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전사로 거듭난 이정현은 극 중 남다른 생존력과 모성애로 폐허가 된 땅에서 4년 넘게 살아남은 생존자 민정을 소화했다. 타격감 있는 액션과 결연에 찬 표정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권해효는 민정,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생존자이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단장 출신 김 노인으로 분했다.

이정현은 "민정 역은 시나리오를 한 번만 읽어도 어떤 캐릭터라는 게 보였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이 굉장히 정확하다. 실제로 이 두 명이 제 딸이라고 생각했다"며 "민정은 아이 때문에 살아가고, 강인하게 짐승처럼 살아서 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민정 캐릭터 그대로 관객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해효는 "이 영화는 희망적인 이야기다. 세대 간의 갈등이 단절되고 있을 때 쯤에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가족의 형태를 만들고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제 캐릭터 자체보다는 부여하는 의미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확고하다. 빠른 진행이지만 자신이 가진 그림이 확고했다. 전적으로 믿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폐허가 된 반도에서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어진 631부대의 하사관 황 중사를 연기한다. 황 중사는 모두를 집어삼킨 재난에선 살아남았지만 4년의 시간 동안 인간다움을 상실한 캐릭터다. 그는 "황 중사는 특별한 캐릭터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우리 안에서도 그런 폭력성이 나올 수도 있다. 다른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파격 비주얼로 단번에 시선을 끈 구교환은 겉과 속이 다른 인물 서 대위를 연기했다. 서 대위는 폐허가 된 반도에서 빠져나가려는 욕망을 향해 무섭게 직진한다. 광기 어린 변화를 겪는 인물에 대해 구교환은 "(서 대위의) 전사를 고민했지만 영화 안에서 서 대위를 보여드릴 땐 그냥 순간에 충실했다. 전사를 정확히 보여주지 않아서 더 풍성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시나리오의 텍스트를 직관적으로 옮기려 노력했다. 4년이란 고립된 시간 때문에 불안정하게 보여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레는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가진 아이, 강력한 좀비 떼를 헤쳐 나갈 정도로 탁월한 운전 실력을 가진 준이로 분해 카체이싱 액션을 주도했다. 이예원은 RC카 조종으로 좀비 떼를 따돌리는 민정의 친딸 유진으로 분했다.

이레는 캐릭터에 대해 "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폐허가 된 세상에서 큰 아이다. 그래서 상처도 깊고 무뎌져있다. 그 아이의 마음까지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한 뒤 "요즘 너무 덥지 않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희 카체이싱 장면 보시고 통쾌함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들을 향한 귀여운 애정을 표현하던 이예원은 "'반도' 식구들은 빈틈이 없다. 저만 잘하면 된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현장 말미,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때는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 친구 아들들도 '부산행2' 언제 나오냐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저희 가족들도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신기하더라. 제 영화를 전혀 안 보실 것 같은 분들이 재밌어하는 게 신기하다. '반도'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이런 거다. 보편적인 메시지와 전 연령층이 다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또 코로나19 시대이지 않나. 전 연령대가 극장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거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반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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