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발언' 이미지 구축 욕망 無, 불합리 침묵 NO!"…정우성 밝힌 #강철비2 #좋은 정치인 #통일 #유연석 #꼰대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정우성(48)이 신작 '강철비2' 등 자신과 관련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정우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7월 29일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로 올여름 극장가에 출격한 가운데, 강철 같은 흥행세를 보여주며 돌풍을 일으킨 상황.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7년 개봉해 무려 445만 관객을 기록한 '강철비'의 후속작이자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이 작가로서 쓴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강철비2'는 '정상회담: 스틸레인3'에 해당한다.

전편에서 북한 최정예요원으로 활약했던 정우성이 이번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로 변신, 또 한 번 인상 깊은 열연을 펼쳤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 극의 중심을 균형 있게 이끌어간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된 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 조선사(유연석)와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강단 있게 중재하며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면모를 선보였다.

전편의 흥행을 떨쳐내고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묵직한 역할을 맡은 만큼, 시나리오에 진중하게 접근해 고심 끝에 출연을 결심한 정우성이다. 그는 "'강철비2'를 제안받고 양가감정 들었다. 1편도 한반도가 주인공인데 2편 역시 다른 스토리, 다른 인물이 등장함에도 한반도에 대한 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기발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구성도 새로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내 그는 "하지만 '위험하다' 싶기도 했다. 첫 번째 위험 요소는 세 정상이 잠수함에 갇혀 풍자적 블랙코미디를 그려낸다는 것이었다. 관객분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싶더라. 잘 전달되면 '새로운 시도'라는 결과가 되겠지만, 잘못하면 아킬레스건이 되어 영화 전체를 온전히 즐기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더불어 한반도라는 이 땅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과 국제정세 안에서 현실적인 입장, 이런 게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관객분들이 영화를 영화로만 못 즐기고 정치적 입장에서 시선 개입이 있을 여지가 있겠더라"라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정우성은 "게다가 제가 어느 순간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한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으니까, 그런 정우성이 '강철비2' 시나리오에 얹혔을 때 온전히 전달이 될까 하는 여러 고민이 들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소신 발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작품 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 하지만 정우성은 "현실적인 이슈에 대한 발언으로 어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욕망은 없다. 오히려 배우 이미지엔 독이 된다. 그렇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 직업군 안에 존재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기에 대중과 소통하는 측면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는 거다. '배우 정우성'만 가져가는 게 속편한 것이 맞지만 저 역시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나이를 먹어가는 기성세대이지 않나. 그렇기에 사회적 불합리에 대해서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은 동참을 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여러 의견이 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건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사고의 깨우침이라고 하든지 전환하는 데 있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 실리적 이해만으로 바라보는 시선 등 이런 관점들은 도태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겸험히 받아들였다.

정우성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이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좋은 정치인이란 '공심'에 대한 끊임없이 자각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사심을 버리는 게 힘든 것이지 않느냐. 사심을 버릴 자신이 없다면 정치하면 안 되죠. 정치인은 명예직인데 사익도 챙기고 명예까지 챙기려 하니 그게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공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들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어 "특히 사회에 영향력을 끼우칠 수 있는 군에 있는 사람들은 좀 스스로에 대한 욕심을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 많이 받았고 많이 이루었으면, 집착을 덜고 좀 세상을 향한 감사함을 느꼈으면 하고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가 해결됐으면 싶다"라고 덧붙였다.

'강철비2' 말미, "이제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통일 원하십니까?"라고 반문한 한경재 대통령. 이에 대해 정우성은 어떤 생각일까.

그건 "통일이 된다면 평화적 통일이길 바란다. 폭력적이거나 적대적이 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폭력적인 해결 방법은 양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그렇지만 그 선택은 아마 우리 다음 세대의 몫일 거다. 다만, 우리는 다음 세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초석을 마련해야 하는 노력하는 세대여야 한다. 어떤 시대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다음 세대가 그 상황에 맞게 선택할 것이라 본다"라고 밝혔다.

최근 화두인 '꼰대'에 관해서도 답했다. 정우성은 "나는 꼰대 아닌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며 "우린 같이 살고 있지만 각자 경험이 다르지 않나. 일에 있어서 제가 경험을 들려줄 수는 있지만, 그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에게 절대적으로 교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을 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건 배우고, 대화의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어느새 데뷔 27년 차에 접어든 정우성. 그는 "그간 쌓아온 많은 경험에 대한 감사가 크다. 시대가 급속도로 바뀌면서 필름에서 시작했던 세대가 디지털로 넘어오고, 세대 전환이 되었다. 이런 것들을 다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욱 바뀐 영화 현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늘 새로운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철비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영부인 역의 염정아에 대해 "염정아가 출연해준다고 동의했을 때 정말 든든했다. 그 든든함이 한경재가 기댈 수 있는 커다란 힘이 됐다"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북 위원장 조선사로 파격 변신을 펼친 유연석에 대해선 "유연석은 점점 더 큰 유연석을 찾아갈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 본인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다. 단순히 자기 캐릭터에 대한 욕심에서 머물지 않고 밸런스, 하모니 등을 두루두루 생각하는 그런 자세를 갖고 있다. 현장 전체를 바라볼 줄 알고 작품에 대한 큰 주인 의식이 있다"라고 가능성을 높이 샀다.

'신스틸러'로 활역을 톡톡히 선보인 백두호의 부함장 장기석 역의 신정근의 열연도 언급했다. 정우성은 "신정근에게 '라이징 스타'라고 놀리고 있다. 외모도 딱이었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강철비2'로 연기 작업은 처음이지만 사적인 모습에서 투박하고 굉장히 덤덤한데 사람들을 챙기는 배려심이 있다. 부함장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졌다. 한경재 캐릭터가 후반부에 북 위원장, 미국 대통령 둘 자리가 없이 홀로 끌고 나가는데 부함장 신정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서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다"라고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철비2'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정우성은 "없다"라며 "영화하는 사람들의 많은 목표가 그것일 거다. 극장 밖에 나왔을 때 영화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라 새롭게 영화에 대한 교감을 시작하는 것,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강철비2'가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바람이 늘 이루어지진 않는다. 우리 영화는 관객분들에게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할 수 없는 영화이기에 우리 스스로에게 자각을 깨우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만약 '강철비3'가 나온다면 출연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해서도 답변했다.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님과 우리끼리 농담으로는 '강철비3는 공중전으로 가야죠' 한다. 하지만 두 작품을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낸 뿌듯함에 도취되어 3편을 만들게 된다면 순수한 창작성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가 그런 걸 다 떨쳐내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할 거다"라고 흥행보다 작품성에 초점을 맞추며 진중한 태도를 엿보게 했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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