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모아야 하는 박용택 은퇴투어, 손혁 감독은 찬성[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록만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 LG 트윈스 베테랑 왼손타자 박용택(41)의 은퇴투어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박용택은 2002년 LG에서 데뷔, 통산 2178경기서 8045타수 2478안타 타율 0.308 211홈런 1179타점 1254득점 312도루를 기록했다. KBO 통산 최다안타 1위.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기로 LG와 합의한 상태다.

기본적으로 LG는 나머지 9개 구단이 동의하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7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구단은 올해 초부터 박용택 은퇴투어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은퇴투어는 다른 구단들이 받아줘야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박용택의 은퇴투어에 대한 얘기가 표면화된 뒤 LG가 처음으로 만난 상대가 키움 히어로즈였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3연전 기간 차명석 단장이 김치현 단장과 자연스럽게 관련된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LG로선 일단 동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10개 구단 프런트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박용택이 LG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상징성은 충분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사례가 적다는 점, 시즌 MVP 등 굵직한 타이틀을 따낸 경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은퇴투어를 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은퇴투어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LG 류중일 감독이 8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키움 손혁 감독도 9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류 감독과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손혁 감독은 "갖고 있는 기록만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종범 선배나 양준혁 선배가 은퇴할 때는 그런 걸(은퇴투어)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다. 국내에선 이승엽이 했는데, 박용택도 특별히 잘못한 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범적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기록도 좋다"라고 했다.

박용택이 KBO리그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는 게 류 감독과 손 감독의 견해다. 손 감독은 "우리나라는 은퇴를 하면서 존경 받는 선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은 선수의 기록이나 행동 등에 가치가 있으면 대우를 해준다. 박용택은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은퇴투어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선 이승엽 외에도 프로농구의 김주성(DB 코치)이 은퇴투어를 했다. KBO리그는 KBO리그만의 은퇴투어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잡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은퇴투어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정도로 낮게 잡는 것도 곤란하다.

박용택의 은퇴투어가 실제로 성사될 것인지, 성사되면 어느 정도 규모로 치를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LG가 내, 외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류중일 감독에 따르면 박용택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 조만간 1군에 올라올 듯하다.

[박용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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