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분해서" 한화 김진욱, 이젠 더이상 울지 않는다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아기 독수리' 김진욱(20)의 눈물은 훗날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김진욱은 지난 6일 대전 NC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한화가 1-0으로 겨우 리드하고 있던 상황. 그런데 김진욱은 노진혁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았고 덕아웃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 장면은 TV 생중계로 전파를 타면서 야구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김진욱은 왜 그 순간에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일까.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는 김진욱은 "창피했다. TV에 나오는 프로 선수인데 눈물을 흘리니까 부끄러웠다. 친구들도 많이 놀렸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룸메이트인 장시환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미안함도 컸다. 평소 워낙 고마운 선배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발로 나갈 때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투수가 어떤 운동을 해야 하고 볼카운트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는 게 김진욱의 말이다.

이때만 해도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였던 김진욱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팀의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냈다. 한화가 키움을 상대한 지난 11일에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화는 12회초 임종찬의 중전 적시타 등으로 어렵게 7-5 리드를 잡았고 12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김진욱을 투입하는 타이밍을 놓고 고민을 했었다. "얼마 전에 김진욱에게 '사건(?)'이 없었다면 12회 시작부터 투입했을 것 같기도 하다"는 게 최 감독대행의 말. 최 감독대행이 말하는 '사건'은 역시 김진욱이 눈물을 흘린 장면을 의미했다. 최 감독대행은 "하지만 그러면 본인에게 부담이 갈 것이고 좌타자가 쭉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임준섭을 먼저 내보냈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김하성이 나오니까 바꾸는 게 낫다고 봤다"라고 김진욱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하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낸 것이다. 김진욱은 더이상 울지 않았다.

김진욱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만 해도 긴장이 됐는데 감독님이 직접 마운드에 오셔서 '홈런 맞고 안타 맞고 경기를 져도 된다. 자신 있게만 던져라'고 말씀하시니까 나도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긴장도 풀리면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라고 최 감독대행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최근 한화는 잦은 우천취소로 경기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김진욱은 우천취소가 된 날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다음을 준비했다. 김진욱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변화구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는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넣을 수 있는 변화구를 연습했다"라고 밝혔다. 직구는 자신감이 있지만 직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변화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 그래서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김진욱은 오승환처럼 돌직구를 던지면서 정우람처럼 후배들을 아우르는 선수를 꿈꾼다. "오승환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돌직구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는 김진욱은 "정우람 선배님처럼 선수들이 모두 따르고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야무진 각오를 드러냈다.

[한화 김진욱이 1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끝에 7-5로 역전승 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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