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ERA 2.06’ KT 데스파이네, 평가 보류→상수 변모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이강철 감독이 불과 7월초까지만 해도 “데스파이네에 대한 평가는 시즌이 끝난 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구위가 들쑥날쑥했지만, 7월말을 기점으로 변모했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이제 KT의 상수가 됐다.

데스파이네는 14일 서울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2자책) 호투를 펼쳤다. 비록 불펜 난조로 11승에 실패했지만, KT가 따낸 5-3 신승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활약상이었다.

데스파이네는 KT가 지난 시즌 11승(11패)을 따낸 라울 알칸타라를 포기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며 영입한 투수다. 알칸타라 역시 무난한 데뷔시즌을 치렀지만, KT는 보다 위력적인 구위를 지닌 외국인투수를 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투수를)바꿨다. 데스파이네가 알칸타라 이상을 해줄 것”이라는 게 시즌 전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데스파이네의 위력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데뷔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는 등 5월 5경기서 2승 평균 자책점 1.69로 맹활약했지만, 6월 6경기에서는 2승 4패 평균 자책점 7.41에 그쳤다. 7월초 호투를 펼친 것도 잠시, 지난달 19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4⅔이닝 8실점(8자책)으로 무너졌다.

한마디로 기복이 컸다. 강속구 위주의 단조로운 수 싸움도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었다. 이강철 감독 역시 7월 한때 “데스파이네에 대한 평가는 시즌이 끝난 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7월말을 기점으로 또 다른 유형의 투수가 됐다. 8실점(8자책) 굴욕을 안겼던 NC를 상대로 엿새 만에 등판, 6⅔이닝 1실점(1자책) 호투를 펼친 것. 데스파이네는 이 경기를 시작으로 14일 두산전까지 5경기 가운데 4승을 수확했다.

특히 14일 두산전 호투는 의미가 남달랐다. 데스파이네로선 6월 2일 두산전 5이닝 10실점(10자책) 난조를 복수해야 하는 일전이었고, 공교롭게도 맞대결을 펼친 선발투수는 지난 시즌 KT에서 뛰었던 알칸타라였다.

데스파이네는 1회말 2피홈런을 허용하는 등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지만, 이후 5이닝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6회말 무사 1, 2루 위기서 두산의 후속타를 봉쇄한 게 승부처였다. 데스파이네가 이날 유일하게 포효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전에 앞서 데스파이네에 대해 “두산전 첫 등판은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쉽게 승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변화된 패턴을 보였고, 오늘 경기를 잘 넘기면 모든 팀을 상대로 어느 정도 답이 나오는 투수가 될 것 같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데스파이네는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데스파이네는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수확했고, 이 기간 평균 자책점은 2.06이었다. KT가 79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10승을 기록,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시즌 달성한 KT 역대 최다승(13승)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달 사이 ‘평가 보류’ 대상에서 계산이 서는 외국인투수로 변모한 셈이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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