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①] 유역비의 뮬란은 뭐가 다를까…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재미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애니메이션 '뮬란'(1998)과 뿌리는 공유하되, 다른 줄기를 뻗어냈다. 디즈니 프린세스가 아닌 마치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를 보는 듯한 새로운 '뮬란'(감독 니키 카로)의 탄생이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유역비)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병사가 돼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뮬란'이 17일 국내 개봉하며 베일을 벗었다. 중국 남북조시대부터 설화로 내려오는 여성 영웅 화목란의 이야기를 담았던 동명의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 영화다.

'알라딘',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등 성공적으로 실사 영화를 만들어낸 디즈니였기에 '뮬란'을 향한 대중의 기대가 남달랐다. 더욱이 '뮬란'은 디즈니가 최초로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진취적인 여성 서사를 강조했던 작품이라 의미가 깊었다. "현대에 맞춰 재해석할 것"이라던 디즈니는 다양한 변주를 꾀해 또 다른 '뮬란'을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 '뮬란'의 귀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으나 별개의 작품으로 보면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일단 캐릭터 설정부터가 다르다. 원작 속 뮬란은 여느 소녀와 같이 평범하지만 굳센 기상만은 타고났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대신 남장을 한 채 전장으로 들어가고, 우연히 여자임을 들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뮬란은 고된 훈련과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마침내 성장을 이뤄낸다. 하지만 영화 속 뮬란은 태어나길 다르게 태어났다. 강한 기(氣)를 타고났지만 '여성의 역할'을 위해 감추길 강요당한다. 그러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서기로 결심, 남몰래 남자 병사들 무리에 들어간다. 여러 차례 여자임을 들킬 위기를 맞지만 끊임없이 용기, 충성, 진실이라는 가치를 되새기며 각성하고 스스로 여자임을 밝힌다.

노력과 각성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편견을 굴복시키고 성장에 이르는 면은 동일하다. 시선을 달리 하면, 능력이 있지만 현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억압을 극대화시키기엔 영화 '뮬란'이 유리하다. 또 기존 캐릭터들을 지우고 새로운 캐릭터를 넣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한 디즈니의 결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신스틸러였던 무슈와 귀뚜라미가 사라졌다. 대신 뮬란 가문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 불사조가 이들의 역할을 대신했다. 코믹함은 사라졌지만 진중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또 뮬란과 로맨스 관계로 발전했던 지휘관 리샹은 사라지고 홍휘(요손 안)가 등장해 전우애를 나눈다. 여성보다는 전사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무엇보다 유연족의 매에 그쳤던 캐릭터는 영화 속 뮬란과 대비되는 또 다른 마녀 시아니앙(공리)로 각색됐다. '뮬란'의 주제가 명확해지는 지점이다.

'Reflection'(리플렉션) 등과 같은 OST의 부재는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팬들의 아쉬움을 가장 크게 자아냈던 부분인데, 대서사시를 담은 블록버스터를 추구한 만큼 색다른 방향으로 그 아쉬움을 채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대체된 'Reflection'은 뮬란의 전진에 힘을 더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많은 것이 달라진 '뮬란'이지만 애니메이션이 지닌 비전만큼은 극중에서 지켜냈다. 기존 팬들에게는 원작과 비교하면서 관람할 수 있는 재미를, 새로운 관객들에겐 또 다른 여성 영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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