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③] 화장도, 사랑도 지웠다…편견에 맞선 가장 진취적인 여성 영웅의 탄생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과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 캐릭터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왔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1998)이 22년만에 실사 영화로 재탄생했다. 여성의 주체성을 부각한 작품이 드물었던 당시 등장한 '뮬란'은 가장 진취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2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혁신적이다. 이러한 현실이 못내 씁쓸하나 그래서 더욱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주는 극중 메시지가 남다르다.

화씨 집안의 첫째 딸 뮬란(유역비)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기(氣)를 타고났다. 지붕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는가 하면, 타고난 민첩함으로 마을을 누빈다. 하지만 "남자는 기가 강해야 하지만 여자는 기가 세면 수모를 당하고 쫓겨나"는 이 시대다. 한없이 자유롭고 강한 뮬란은 문제아로만 여겨질 뿐이다. 아버지는 뮬란의 기상을 기특해하면서도 뮬란을 위해, 가문의 명예를 위해 "기를 숨겨야 한다"고 말한다.

성인이 된 뮬란은 정숙, 우아함, 기품을 갖추고 남자와 혼인을 맺어 가문의 도리를 다할 것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이 때, 북쪽 오랑캐라 일컫는 유연족이 침입해 나라가 위험에 처하자 뮬란은 다리를 다친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남몰래 전장으로 향한다. 뮬란은 자신이 여성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화 준'이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사내처럼 행동하고, 그 안에서도 기를 숨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마침내 뮬란은 본연의 정체성인 여성을 스스로 드러내고 전사로서의 능력을 발휘, 여성과 남성의 구분선을 지워낸다.

기존 '뮬란'과는 다소 다른 출발점이다. 평범하지만 용맹한 뮬란이 노력과 수련을 거듭한 끝에 전사로 거듭나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라이브 액션 속 뮬란은 타고난 히어로에 가깝다. 보통의 소녀가 관습과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힘을 기른 애니메이션과는 언뜻 다른 듯 보이나 오히려 운명 개척과 여성 성장 메시지는 고스란히 강화됐다.

빼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했던 뮬란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남녀 구분을 넘어 온전히 능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자기 계발에 애쓰지만 성별이 '여성'이란 이유로 번번이 굴복해야 했던 현 시대의 일부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여성의 자주적인 면이 특별한 것처럼 여겨지지 않고, 여성들은 자유 의지를 표출할 수 있게 됐으나 여전히 성별이 주는 장벽이 존재한다. 영화 '뮬란'은 이러한 시대에 맞춰 캐릭터 설정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뮬란을 각성시키는 존재는 애니메이션에 없던 마녀 시아니앙(공리)이 맡아 의미를 더한다. 시아니앙은 뮬란과 같이 남다른 기를 타고 났으나 여자가 활약할 수 없는 세상에 태어난 탓에 '전사'가 아닌 '마녀' 취급을 받는다. 대립의 위치에 서있지만 같은 꿈을 꾸고 있던 두 사람이다. 마지막에는 연대를 이뤄내며 '뮬란'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로맨스도 사라졌다. 전사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로맨스는 전우애로 바뀌었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하는 여느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맨얼굴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유역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이 설정한 한계를 깨부수고, 본연의 모습으로 역경을 이겨낸 뒤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애니메이션이 추구했던 진취적인 가치는 가져가되, 달라진 시대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맞춰 변화를 선보인 '뮬란'이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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