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정상회담 확장판’, 정우성의 긴 호흡[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최근 개봉한 ‘강철비2:정상회담 확장판’은 7월 개봉 버전보다 더 친절한 설명으로 관객의 이해를 높인다. 개봉판에서 8분을 줄이고, 확장판에서 19분을 늘렸다. 정상회담과 북한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일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기 쉽게 편집한 점이 도드라진다. 결말의 쿠키 영상도 ‘평화협정’의 밝은 미래를 강조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너무 판타지스러운 결말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이 맞서는 가운데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일본 방문은 ‘강철비2:정상회담 확장판’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일본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Quad·4자) 회의를 열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FOIP 구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양을 거쳐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바닷길을 국제사회의 공공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중국의 패권 확장에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강철비2’의 시나리오가 그럴 듯 하다. 극중에서 미국과 일본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센카쿠 해역에서 미국 잠수함이 일본의 배를 격침시킨 후, 이를 중국에 뒤집어 씌워 중일전쟁을 벌이려는 작전을 감행한다.

양우석 감독은 ‘확장판’에서 그레이엄 앨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을 두 차례나 언급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을 강조한다. 한경재 대통령(정우성)은 집무실에서 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핵잠수함에서 ‘예정된 전쟁’의 내용을 인용해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격돌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부른다. 투키디데스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른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500년간 신흥 강대국과 패권국가가 총 16번 부딪혀 12번이나 전쟁이 발생했다. 무려 75%의 확률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북한, 일본, 러시아 등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한반도 정치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강철비’ 1편이 남북한 핵균형론을 다뤘다면, 2편은 평화협정 체결을 그렸다. 한국 입장에서는 후자가 바람직한 모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중국, 일본 등 다른 강대국의 정치적 셈법 자국 이익 중심으로 흘러간다. ‘확장판’에서 한경재 대통령은 “한숨이 아니라 호흡이 길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호흡이 길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에만 매달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북한은 또 어떠한가. 핵무기를 쥐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유엔 제제를 버티고 있다. 게다가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났듯, 일본은 한국·미국·북한 회담에 훼방을 놓았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만큼 힘들고 머나먼 여정이다. 양우석 감독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 쿠데타, 미·일의 중국 견제와 구축함 격침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미래에 어떤 시뮬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위해서는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한국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것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민도 마찬가지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AFP/BB NEWS, 세종서적]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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