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 "'90년대 갈매기 눈썹' 위해 실제 눈썹 뽑고…집요하게 캐릭터 표현"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당찬 매력의 유나로 완벽 변신, 인생 캐릭터 경신을 알렸다.

이솜은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3의 매력', 영화 '마담 뺑덕' '소공녀' '나의 특별한 형제'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해온 배우. 그런 그가 이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선 삼진전자 마케팅부 유나로 분해 또 한 번 인상 깊은 열연을 펼쳤다.

오늘(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 이자영(고아성)·정유나(이솜)·심보람(박혜수)이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솜이 맡은 입사 8년 차 사원 정유나는 숨은 아이디어 뱅크이지만, 정작 하는 일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대리 조민정(최수임)에게 빼앗기거나 회의 중인 부서원들에게 햄버거를 사다 나르는 보조 업무가 전부다. 매사 까칠한 성격의 유나는 고졸 사원들을 대상으로 대리 진급을 내걸고 회사에서 개설한 토익반 공고를 보고, 정리해고를 하려는 수작이라며 초를 치는 등 늘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지만 당찬 면모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자영이 우연히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목격한 이후, 회사가 무언가를 덮으려는 듯한 낌새를 알아챈 유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마니아의 특기를 살려 친구들과 함께 탐정처럼 사건을 파헤친다.

이솜은 1995년의 상고 출신 말단 직원 유나에게 유니폼으로도 가릴 수 없는 멋과 개성을 부여하는 한편, 돌직구성 현실직시와 어렵지만 친구가 가고자 하는 길을 함께 하는 진한 우정을 동시에 선보였다.

이솜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박'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종필 감독님 때문이었다. 유나 캐릭터를 쓰실 때 저를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하더라"라며 "또 90년대 소재가 흥미롭고 세 친구가 파헤치는 과정도 재밌었다. 게다가 고아성과 박혜수와 함께한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라고 밝혔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라고 고아성과 박혜수로부터 박수를 받은 이솜. 그는 "또래 여배우들과 영화 촬영은 처음이라 정말 잘하고 싶었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현장에서 치열해 보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솜은 "적극적이고 싶게 하는 역할이 있는데, 특히 유나라는 캐릭터가 그랬다"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유나를 맡으면서 감독님에게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유나가 겉으로는 강해 보이고 말도 많지만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면을 봤다. 주변을 많이 챙기는 친구이고 아는 척, 말 많은 척, 강한 척을 하지만 여기에 '인정욕'이라는 걸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더 친근해지고 사람다워 지더라. 유나의 내면, 정서적인 걸 꾸준히 고민하면서 매 장면 넣으려고 신경 썼다"라고 역할에 푹 빠져든 모습을 보였다.

직접 동묘 시장까지 찾는 등 스타일링도 세심하게 챙기며 배역의 디테일을 살렸다. 모델 출신다운 감각으로 레트로풍 패션을 완벽히 연출, 영화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한몫한 이솜이다.

이솜은 "유나가 세 친구 중에서 가장 90년대 스타일을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의상팀과 의견을 나누고 90년대 잡지나 영상들, 자료들을 찾아보고 엄마의 앨범을 참고하기도 했다. 정말 멋쟁이셨더라. 95년도 엄마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촬영 내내 배경화면으로 해놓고 바라봤다. 동묘 시장도 처음으로 가봤다. 생각보다 예쁜 옷들도 많고 귀여운 아이템이 많아서 너무 재밌었다. 90년대 레트로가 다시 유행이지 않나. 지금 빨리 가셔서 구매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팁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조사해보니 당시 블루블랙 컬러가 유행이라 제가 제안을 드려서 염색을 했다. 생각보다 물이 잘 빠져서 3-4번 염색을 해야 했다. 갈매기 눈썹은 그 표현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실제로 눈썹을 뽑았다. 하나하나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테스트 촬영 전까지 많은 걸 해봤다. 촬영 직전엔 빼는 작업까지 할 정도였다. 그래서 너무 만족스럽게 나왔다"라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솜은 "사실 유나를 제안받았을 때 고민을 했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제가 아니면 재미없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대적인 느낌을 정말 집요하게 표현하려 했던 게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이유 있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예비 관객들에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90년대를 그리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유나는 굉장히 아이디어도 많고 능력도 있는 친구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사회 초년생이라는 것, 지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 그 기분을 알 거 같다. 주변 회사원 친구들도 이런 부분에 고충을 갖고 있고 공감하더라. 그런 분들에게 인정을 못 받을지언정 응원을 해주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끝으로 이솜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촬영하면서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캐릭터에 많이 신경을 쓴 작품이기도 하고 준비를 하면서 큰 재미를 느꼈다"라며 "앞으로도 제가 안 해본 캐릭터라면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 그 마음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고, 배우로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저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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