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좀비탐정', '웃음'과 '유치' 그 한 끗 차이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좀비탐정’이 장단점을 명확히 드러낸 채 종영했다.

27일 밤 KBS 2TV 월화드라마 ‘좀비탐정’(극본 백은진 연출 심재현)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비록 좀비가 된 김무영(최진혁)이 다시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좀비로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여지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유치함과 웃음은 한 끗 차이. ‘좀비탐정’은 그 경계에 있는 드라마였다. 그 한 끗 차이에 따라 시청자의 평은 갈릴 텐데, ‘좀비탐정’ 역시 그랬다. B급 감성에 홀릭 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가 하면, 이 때문에 외면받기도 했다. 시청률이 그 증거. 2~3%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타 방송국에서 방영된 월화드라마가 최고 8%대 시청률까지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

가장 큰 진입장벽은 ‘좀비탐정’의 ‘유머’였다. 적재적소에 유머 코드를 넣어 웃음과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드라마로 만들려 한 듯 보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을 웃음 쪽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신선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노력은 돋보였지만 종종 과도한 설정이나 캐릭터, 대사 등으로 ‘유머’가 ‘유치’가 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좀비탐정’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었다. 바로 배우들의 고군분투. 최진혁, 황보라, 하도권 등의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꾀했고 이 작품을 통해 능수능란한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특히 최진혁의 넓은 스펙트럼이 돋보였는데 기존 그의 모습 외에도 ‘인간의 마음을 가진 좀비’라는 독특한 캐릭터마저 완벽하게 소화하며 어느 캐릭터, 어느 장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또다시 각인시켰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뚜렷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인간, 아직 인간이 덜된 인간들 틈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좀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좀비탐정’은 여러 아쉬운 점을 남기긴 했지만 정형화된 드라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했다. 이런 신선한 시도가 대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양한 색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 래몽래인 제공, KBS 2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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