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범 고영욱, 살아있는 한 속죄만이 답 [이예은의 안테나]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그룹 룰라 출신 성범죄자 고영욱의 소통은 곧 피해자들의 숨통을 틀어막는 일이다. 그의 마지막 인간적 도리는 속죄뿐이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다음 달 출소하고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구속을 모면하는 이 관대한 세상이 고영욱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걸까. 9년 간 교도소와 법원에서의 모습만 제외하고 자취를 감췄던 고영욱이 "살아있는 한 이렇게 지낼 수 없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00년대 초반 그룹, 방송 활동으로 연예계를 종횡무진했던 고영욱은 '연예계 1호 전자발찌 착용'이라는 유례없는 최악의 타이틀을 남기고 퇴출됐다. 죄질은 악질 중 악질이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 추행했다.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부인했으나 피해자들은 미성년자였다.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 실형,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전자발찌 부착 3년 명령을 내렸다. 2015년 7월 10일 만기 출소해 전자발찌를 부착하다 2018년 7월부로 벗었다. 그의 신상정보와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고지도 지난 7월부로 해제됐다.

법적으로 고영욱에게 행할 수 있는 처벌이 모두 끝난 것이다. 동시에 고영욱은 응당한 죗값을 다 치렀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여느 유명인들처럼 SNS로 눈을 돌렸다. 12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더니 과거 룰라 시절의 활동사진과 자신의 모친, 신정환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쳐있는 이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9년 가까이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가 불가피하게 유발한 세상 간의 단절을, 범죄자인 자신의 자숙에 빗댄 것이다. 복귀의 이유는 뻔뻔했다. "살아있는 한 계속 이렇게는 지낼 수는 없기에 이젠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란다.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자신의 죄에 대한 성찰이 조금도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영욱은 가해자다. 그리고 유명인이다. 미디어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많은 피해자들이 목격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위협이다. 가해자는 본인의 소통을 운운하기 이전에, 피해자들이 세상과 편히 소통할 수 있는 방법부터 모색해야 한다.

몸을 웅크린 채 지내도 모자랄 판에, 소셜미디어에 당당히 고개를 내민 고영욱이다. "늘 성찰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다"지만 벌써 불통이며 실패다. 그의 소통을 반기는 이는 없다. 더 이상 피해자의 숨통을 틀어막지 말라. 살아있는 한 잠잠한 속죄만이 답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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