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9이닝 연속 무실점 '굴욕'…못 쳐서 벼랑 끝 몰린 두산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못 쳐서 졌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패한 이유다.

두산의 이번 한국시리즈 최대 고민은 슬럼프에 빠진 타격이었다. 지난 4차전 영봉패를 비롯해 이번 한국시리즈 4경기 팀 타율이 .228에 그쳤다. .302의 NC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 4번타자 김재환(타율 .063)을 비롯해 오재일(.214), 허경민(.200), 박건우(.083) 등 찬스에 강한 선수들이 집단으로 침묵한 결과였다.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에 앞서 만난 김태형 감독도 공격력 저하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야구는 “쳐야 이긴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그 동안 어린 투수들이 잘 던져줬으니 이제 형들이 쳐줄 때가 됐다. 못 치면 지는 것이고, 치고 잘 막으면 이기는 것”이라고 반등을 기원했다.

타선에도 변화를 줬다. 감이 좋은 김재호를 5번으로 끌어올리고, 부진에 빠진 오재일을 8번으로 내리며 허경민(3루수)-정수빈(중견수)-호세 페르난데스(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김재호(유격수)-최주환(2루수)-박세혁(포수)-오재일(1루수)-박건우(우익수) 순의 라인업으로 3승 고지 선점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하루의 휴식이 더욱 독이 된 모습이었다. 감독의 믿음도, 타순 변화도,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도 모두 반등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초반 선발 구창모를 여러 차례 무너트릴 기회를 잡고도 득점권 빈타로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1회부터 선두 허경민이 8구 끝 볼넷을 골라냈지만, 정수빈이 병살타로 순식간에 주자를 지웠다. 집단 타격 부진에도 정수빈에게 왜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후 2회 김재호의 볼넷, 최주환의 2루타로 맞이한 1사 2, 3루서 박세혁, 오재일이 범타로 물러났고, 3회 정수빈-호세 페르난데스(내야안타)가 연속안타로 2사 1, 2루를 만들었지만 김재환이 1루수 땅볼로 이닝을 강제 종료시켰다. 5회 허경민의 2루타로 만난 2사 2루에선 정수빈이 2루수 땅볼로 침묵.

찬스에서 득점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1회부터 11타자 연속 범타 행진의 위용을 뽐내던 선발 크리스 플렉센은 타선 침묵에 힘이 빠졌는지 5회 애런 알테어의 적시타, 6회 양의지의 2점홈런으로 3실점했고, 타선은 후반부 아예 침묵을 넘어 꽁꽁 얼어붙었다. 0-5로 승기가 이미 넘어간 8회 선두 박건우가 3루타로 출루했지만 허경민-정수빈-페르난데스 순의 상위 타선이 무사 3루마저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이틀 전 4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하며 3차전 8회부터 이날까지 무려 19이닝 연속 무득점의 굴욕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이 부문 최다 기록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22이닝.

김 감독의 말대로 치지 못하니 이길 수 없었다. 두산은 NC에 0-5로 완패하며 1패면 가을이 끝나는 벼랑 끝에 몰렸다. 24일 6차전에서는 정규시즌 팀 타율 1위의 위용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아니 되찾아야 한다.

[김재환.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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