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그의 인품과 온화한 성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만수 전 SK 감독이 최근 별세한 '전설의 홈런왕' 행크 애런을 추억했다. 애런은 메이저리그 통산 755홈런을 기록하며 베이브 루스의 아성을 무너뜨린 주인공. 배리 본즈가 통산 764홈런을 기록해 애런의 기록은 깨졌으나 약물 복용 전력 때문에 진정한 홈런 1위는 애런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이만수 전 감독은 실제로 애런과 마주한 적이 있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태동했던 1982년. 애런은 그해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8월에는 홈런 레이스를 선보였고 10월에는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애런과 함께 홈런 레이스에 나섰던 선수 중 1명이 바로 이 전 감독. 이 전 감독은 "늘 동경하던 선수와 함께 홈런 레이스를 하고 개인 지도까지 받았으니 나에게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애런이 두 번째 내한했을 때는 좀 더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묻고 지도를 받았다. 무엇보다 행크의 인품과 온화한 성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이 전 감독은 "일본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던 시절이라 다운스윙을 하던 나에게 왜 레벨스윙을 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이며 천천히 설명해주고 땅볼을 많이 치던 나에게 볼을 맞추는 포인트를 왼발 앞에 두고 치라는 팁을 줬는데 그 작은 팁 하나가 그 후 타격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이 지금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은 바로 애런이 자신에게 '질문 공세'를 편 것이었다. 애런은 이 전 감독에게 "왜 땅볼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느냐", "왜 공이 뜨지 않느냐" 등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지도자로부터 한번도 질문을 받은 적이 없던 시절이라 당황스러웠고 신기했다"는 게 이 전 감독의 회상.
"내가 특별히 행크를 존경하는 것은 훌륭하고 뛰어난 야구 실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유니폼을 벗고 사회에 나와서도 항상 선한 영향을 사람들에게 끼치면서 한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이 전 감독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던 시절이라 백인들의 전유물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멘탈이 참으로 강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차별도 없고 아픔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 바란다"고 고민을 추모했다.
[1982년 행크 애런의 타격 지도를 받는 이만수 전 감독. 사진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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