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투수로 쓰길 잘했네…한화의 '빅픽쳐'는 옳았다 [MD포인트]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화가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이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도 처음으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의미 있는 3연전이었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전날(10일) 1-18로 대패했던 아쉬움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화는 이미 전날 경기 중에도 이날 경기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했다. 1-14로 승부가 완전히 기울자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를 차례로 마운드에 '등판'시키는 전략적인 방법을 택했다. 단지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팬서비스 차원의 등판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투수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야수가 투수로 등판하는 일이 보편적이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과연 입장료를 내고 경기를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안 본다"라고 말했지만 혹시 실망했을지 모르는 팬들에게는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로 큰 위안이 됐을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경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투수전과 시소게임으로 전개되면서 한치 앞을 모르는 승부가 이어진 것이다.

한화는 선발투수 라이언 카펜터를 내세운 터라 어떻게든 1승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고 카펜터는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비자책으로 호투하면서 승리의 근간을 만들었다. 이어 김범수가 나와 1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았고 8회초 동점에서는 강재민이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한화가 8회말 장운호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3-2 리드를 잡자 9회초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나와 삼진 1개를 잡으며 1점차 리드를 사수, 승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대패에도 벤치는 조급하지 않고 '다음'을 대비했다. 프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장기 레이스에서는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 또한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한화는 결과로 그 과정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한화 선수들이 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7-0으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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