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커브' 키움 장재영 남다른 습득력, 특급신인 맞네[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날 처음 배워서 바로 던졌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을 되도록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 그리고 컨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보다 장타력을 갖춘 중심타자들을 상대시킬 것이라고 했다. 경험이 부족하다. 강속구에 비해 변화구 품질은 떨어진다. 컨택트 좋은 타자의 끈질긴 승부에 승산이 떨어질 수 있지만, 힘과 힘으로 맞붙으면 오히려 밀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배경.

그러나 장재영의 데뷔전은 6일 고척 KIA전, 4-5로 뒤진 11회초 1사 1,2루 위기였다. 키움으로선 1점도 내주면 안 되는 상황. "편안한 상황에 내보낼 것"이라는 홍원기 감독의 말은 빗나갔다. 연장이라 던질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반전이었다. 프레스턴 터커를 헛스윙 삼진, 최형우를 좌익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다. 위기서 잘 막아낸 것보다 터커와 최형우를 처리한 구종에 주목해야 한다. 패스트볼이 아닌 커브였다. 심지어 최근 연마한 슬러브성 커브. 135km였다.

장재영은 7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슬라이더는 많이 안 던졌다. 커브를 빠른 커브와 느린 커브, 두 가지로 구사한다. 빠른 커브는 슬러브 식으로 던진다. 송신영 불펜코치님에게 배웠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공이 필요하다며 가르쳐주셨다. 시범경기서 배워서 곧바로 써먹었다"라고 했다.

150km대 패스트볼과 120km대 커브에 슬라이더에 가까운 130km대 빠른 커브를 추가했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장재영은 "커브는 슬라이더와 그립이 비슷한데 손 모양은 다르다. 손목을 틀어서 던진다"라고 했다.

남다른 구종 습득력이다. 기존의 커브에서 구속만 더 나오게 하면 되지만, 분명 팔 스윙 및 손 감각이 남다르다. 새 구종을 접하고 하루~이틀만에 실전서 사용할 수 있는 투수는 거의 없다. 1~2년 연습을 해도 실전서 완성도가 올라오지 않아 포기하는 투수도 많다. 괜히 특급신인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물론 완성도는 더 끌어올려야 한다. 최형우에게 구사한 커브는 실투였다. 좌익수 변상권의 환상적인 수비 도움을 받았다. 홍 감독은 "최형우의 스윙에 제대로 걸렸다. 그래도 국내에서 빠른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했다.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장재영이 강속구의 위력을 더 살리길 바란다. "속구가 강점인데 변화구도 이것저것 던지더라. (패스트볼과 함께 사용할 변화구로)커브가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제구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장재영도 "최형우 선배님에게 낮게 던지려고 했는데 실투였다. 상권이 형이 잘 잡아줬다. 밥을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 데뷔전은 만족스러웠다. 관중의 박수를 들으니 '아, 프로에 왔구나' 싶었다. 144경기 중 한 경기니까 못 던져도 된다는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배움을 향한 욕구가 강하다. 장재영은 "선배님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생각으로 던지는지, 어느 코스를 보고 던지는지, 타자 유형에 따라 어떻게 볼배합을 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오주원 선배님이 '네가 부딪혀봐야 한다'라며 그만 물어보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홍 감독은 장기적으로 장재영을 선발투수로 바라본다. 일단 불펜에서 1군 경험을 쌓게 하고, 점차 스텝 바이 스텝을 유도할 계획이다. 성장통을 최소화하면서, 팀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 7일 고척 KIA전과 11일 부산 롯데전 역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7일 경기는 또 연장이었고, 11일 경기는 2-2 동점이었다. 모두 타이트한 상황서 잘 막았다.

장재영은 "데뷔전은 144경기 중 한 경기였다. 못 던지는 날이 있을 수 있다. 만족하지 않고 많이 연구하겠다. 왜 맞았는지 좀 더 생각해보고 공부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더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장재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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