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세터가 스파이크도 잘 때려? 역시 챔프전 키플레이어는 다르네

[마이데일리 = 인천 윤욱재 기자] "공이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1일에 펼쳐진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의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우리카드가 대한항공을 3-0으로 완파한 것이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지목한 챔피언결정전의 '키플레이어'는 이번에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우리카드 세터 하승우는 듀스 접전이 펼쳐진 1세트에서 28-26으로 승리를 확정 짓는 스파이크 한방을 날렸다. 본업은 세터이지만 '공격 본능'을 뽐낸 것이다.

"공이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에 자신이 있어서 때리고 싶었는데 득점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하승우는 "옛날부터 공격을 좋아했는데 세터는 공격을 자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절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OK금융그룹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터 출신인 신영철 감독은 하승우의 득점을 두고 "실력보다 운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이를 전해 들은 하승우는 "실력이 살짝 앞서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이었지만 긴장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아침에 뭔가 느낌이 좋았다. 선수들끼리 '즐겁게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을 나눴다. 웃으면서 경기를 하니까 분위기도 떨어지지 않아서 경기가 잘 된 것 같다"는 게 하승우의 말이다.

볼 배급을 하는 세터로서의 활약에 대한 자신의 평가는 어땠을까. "내 점수는 잘 모르겠다"는 하승우는 "공격수들이 워낙 볼을 잘 때렸다. 대한항공이 수비도 좋고 블로킹 시스템도 좋은데 우리 공격수들이 다 뚫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승우는 자신이 '키플레이어'임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잘 하지 못했다. 내가 잘 해야 팀이 살아난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인 한선수와의 맞대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솔직히 영광이다. 옛날부터 (한)선수 형의 경기를 많이 봤고 지금도 쉴 때는 대한항공 경기만 본다. 선수 형의 토스를 많이 챙겨본다"고 한선수를 '롤모델'로 꼽은 하승우는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경기는 이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12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하승우는 타이트한 일정은 우리카드에게 유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승우는 "대한항공이 조금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체력적으로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하승우는 1차전 승리의 기운을 2차전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카드 하승우가 11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토스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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