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화수분 야구, 올해 주인공은? 1군 100타석을 바라보는 타자가 있다[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0타석 이상 목표로 잡았다."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타자에게 100타석은 무슨 의미일까. 한 경기에 주전으로 4타석씩 소화하면, 산술적으로 25경기에 출전 가능하다. 그러나 1군 경험이 없다가 갑자기 1군에서 주전으로 꾸준히 25경기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1군에서 입지가 단단하지 않은 선수는 꽤 오래 버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키움 내야수 김수환은 2018년에 입단한 오른손 내야수다. 작년까지 1군 경험은 단 9경기. 올 시즌 1군에서 확실한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50타석을 목표로 잡았다가 친구 김혜성의 "목표를 높게 잡아라"는 말을 듣고 100타석으로 수정했다.

출발이 좋았다. 개막엔트리에 들었고, 꾸준히 주전 3루수로 나섰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3년간 대만 캠프 등에서 지켜봤다"라고 했다. 4일 고척 삼성전서는 벤 라이블리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발휘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배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간다. 김수환은 6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작년에는 내 공만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2군에서 김태완 타격코치님과 함께 노림수 타격에 대해 연구했다"라고 했다.

라이블리에게 홈런을 뽑아낸 구종은 커브였다. "그동안 중타임(패스트볼과 변화구의 중간 타이밍)에 맞춰 타격을 했는데, 포인트를 앞에 두고 연습하면서 프로에서 홈런도 많이 나왔다. 체력이 떨어질 때에 대비,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라고 했다.

퓨처스 권도영 수비코치는 김수환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다. "2군에 있을 때 정신을 못 차리거나 자신이 없을 때 큰 도움을 받았다. 첫 홈런을 치고 문자를 받았는데 기분이 좋았다"라고 했다.

김혜성, 이정후 등 친구들, 이용규, 박병호, 허정협 등 팀 선배와 LG로 이적한 김민성, 심지어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언급했다. 김수환은 "허정협 선배님, 이용규 선배님 등 모든 형이 다 잘해준다. 혜성이나 박병호 선배님은 파워가 있고 타격을 너무 잘 한다. 방망이와 선글라스를 받았다. 긴장하지 말고 하던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민성이 형은 신인 때 많은 도움을 줬다. 정후가 긴장하지 마라며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마차도는 롤모델"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김수환이 1군 주축은 아니다. 6일 고척 KIA전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7일 고척 KIA전서 5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김웅빈이 꾸준히 주전 3루수로 나섰다. 서건창의 공백기에 2루수로 뛴 전병우도 3루수 자원. 김수환으로선 다시 1군에 올라온다고 해도 험난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일단 무리하지 않고 1군 100타석을 바라본다.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목표다. 14타석을 소화한 상황. 김수환은 "2군 캠프도 고척에서 훈련했다. 편안하게 했다. 꿈에 그리던 1군에 왔는데 부상만 당하지 않고 잘하면 있을 수 있다. 작년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정신 없었는데 생각보다 1군에 빨리 올라왔다"라고 했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화수분 야구가 강점이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떠난 만큼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할 시기다. 키움에서 수년간 코치를 했던 홍원기 감독은 김수환이나 외야수 송우현의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지켜봤다. 홍 감독은 최근 우연히 김수환을 주차장에서 만나 "이제 시작이니까 들뜨지 마라"고 했다.

그런 김수환은 "파워도 있고 어깨가 강하다"라면서 자신을 어필하면서도 "어머니가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라고 했다. 사람에게 고마워할 줄 알고,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2군으로 내려갔지만,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유망주다. 키움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김수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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