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마무리 변신과 선한 영향력, SSG 불펜을 바꾼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김상수가 SSG 불펜을 바꾼다.

SSG가 지난 겨울에 FA 김상수를 사인&트레이드로 영입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SSG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서진용의 늦은 빌드업을 비롯해 몇몇 투수가 부상 이슈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갖추지 못했다.

시범경기 3경기서 3이닝 8피안타 3탈삼진 1볼넷 6실점 평균자책점 18.00. 그러나 정규시즌 개막과 임시 마무리로 나섰다. 4경기서 4이닝 4피안타 7탈삼진 6사사구 1실점. 투구내용에 여전히 약간의 기복이 있지만, 블론세이브 없이 순항한다.

김상수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지난 5시즌 중 4년간 60경기 이상 투구했다. 작년에는 잔부상으로 고전했다. 와인드업을 할 때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히는 폼으로 힘을 모으는데 용이했다. 구위가 더 좋아졌고, 주무기 포크볼 위력도 극대화했다. 그러나 허벅지 및 허리에 잔부상이 있었다.

손혁 전 키움 감독은 "누워서 던진다"라고 했다. 부상 위험이 있고, 제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김상수는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인터뷰서 "부상이 있었고, 바꿔야겠구나 싶었다. 내 입장에선 되게 큰 변화"라고 했다. 지난 시즌 도중 교정을 시작했고, 지금도 적응 중이다.

변화는 또 있다. 주무기 포크볼의 각을 줄여 구속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김상수는 13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작년에는 포크볼 스피드가 127km~130km였다. 올해는 130~134km 정도 나온다. 각을 줄이고 빠르게 던져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했다. 몸에 미리 반동을 주지 않는 대신 변화구 주무기의 각을 줄여 구위와 스피드를 유지, 살아남고자 하는 것이다.

이밖에 김상수는 "작년에는 하이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면, 올해는 패스트볼을 낮게 던지려고 노력한다. 아직 수치상 땅볼이 많이 나온다고 볼 수 없지만, 1년 지나고 통계도 내가 생각한 수치로 갈 것이다"라고 했다.

종합하면, 김상수는 좋아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필승계투조로 오래 뛴 베테랑이기 때문에 장기레이스서 페이스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 하재훈, 서진용의 페이스가 올라오면 김상수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김원형 감독은 하재훈이나 서진용이 마무리로 가고 김상수가 필승계투조의 핵심으로 뛰는 구도를 고려한다. 그래서 현재 김상수는 '임시' 마무리다.

김상수도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운이 좋은 것 같고 팀 분위기가 좋아서 잘 막았다. 내 앞에서 김태훈과 이태양이 잘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담이 있지만, 그 정도 부담은 가져야 한다. 부담이라기보다 행복하고 좋다. 마무리는 누구나 꿈꾸는 보직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뛰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풀타임 마무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 김상수는 "보직에 욕심을 낼 상황은 아니다. 어떤 보직이든 소화하고, 불펜에서 연결고리를 하기 위해 왔다. 우리 팀에는 좋은 마무리가 있고, 그 투수가 컨디션이 올라오면 다른 보직에 가면 된다"라고 했다.

SSG가 누리는 김상수 효과는 또 있다. 리더십이다. 키움 시절부터 따르는 후배 투수가 많았다.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 없이 전수하고, 오픈마인드를 앞세워 활발하게 소통했다. SSG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상수는 "후배들에게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도록 하라고 했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운도 오고, 좋은 성적도 나고, 그게 자신의 경험이 되면 나중에 더 좋아진다고 했다. 중간투수들에게 '형이 많이 도와줄 테니 골고루 웃을 수 있게 하자'라고 했다"라고 했다.

왜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할까. 그래야 사회와 조직에서 인정 받을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김상수는 "쓰레기를 많이 줍는다. 더러운 것도 잘 치우려고 한다. 선, 후배들, 감독님, 코치님, 팬들에게도 잘 하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나중에 도움도 받고 잘 된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그런 걸 써놓고 지키고 있지 않나.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상수가 자신부터 SSG 불펜까지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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