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장지훈 인생역전, 대학교 2학년 타율 0할이 시작이었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학년 때 정식 경기서 타율 0할이었다. 6월에 투수로 바꿨다."

동의대에서 내, 외야를 오가던 '타자' 장지훈에겐 희망이 없어 보였다. 2학년, 6월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17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SSG 장지훈은 "2학년 때 정식 경기서 타율 0할이었다. 정말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감독님이 투수를 해보라고 했다. 중, 고등학교 때 투수를 한 번도 안 해봤다"라고 했다.

중, 고교 시절 가능성 있는 중앙내야수였다. 그러나 프로행에 실패하고 동의대에 진학했다. 기왕 대학에 진학했으니 4년제를 택했다. 3루수에 외야수까지 소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때 만난 정대현 투수코치의 서포트는 '투수' 장지훈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프로필 신장 177cm. 키가 크지 않은 장지훈은 팔을 내렸다. 사이드암으로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은 정 코치의 도움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장지훈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대학 졸업 후 SSG의 선택을 받아 올해 극적으로 KBO리그에 발을 디뎠다.

SSG에도 사이드암 출신 조웅천 코치가 있다. 대학시절 슬라이더를 익힌 장지훈은 조 코치의 도움으로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장지훈은 "대학 시절에도 던지긴 했는데 밋밋했다. 조 코치님이 공을 밀면서 던지기보다 때리면서 던지라고 했다. 스핀이 잘 된다. 투심 그립으로 잡고 서클처럼 던진다"라고 했다.

장지훈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1군 불펜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8경기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9.82. 갑자기 선발로 나선 4월30일 잠실 두산전(3이닝 7실점)을 빼면 나쁘지 않다. 14일 인천 두산전서 실책 포함 ⅓이닝 2자책으로 흔들렸지만, 추격조로서 괜찮은 활약이다. 19일 광주 KIA전서는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14일 두산전, 3-1로 앞선 7회초 무사 1,2루서 번트 타구를 잡다 더듬은 게 아쉬웠다.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장지훈은 "너무 급하게 하려다 보니 실수가 나왔다. 주자 확인을 하고 1루로 던지려고 하다 공을 잡기도 전에 먼저 돌아봐서 실수가 나왔다. 대학 때(내야수 시절) 실책을 하나도 안 했는데 그런 상황이 생겼다"라고 했다.

투수로서 많은 배움, 경험을 쌓아가는 첫 시즌. 든든한 도우미도 있다. 최근 유튜브에 장지훈을 응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장지훈은 "중학교 시절 도서관 선생님이다. 야구부에 관심을 많이 주셨다. 책도 보내준다"라고 했다. 도서관 선생님이 보내준 자기개발서를 읽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장지훈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알 수 없다. 단, 대학시절의 좌절과 새로운 도전 그리고 노력이 지금의 장지훈을 만든 건 확실하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 그래서 장지훈은 야구를 잘 했던 고교시절 동기들이 먼저 프로에 간 걸 부러워하지 않는다.

장지훈은 "대학에 갔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늦더라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대학에서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이 있었다. 2학년 때 투수의 기본기를 잘 배웠다. 사실 진짜 프로 진출에 자신이 있었다면 2년제 대학을 갔을 텐데 2년간 엄청 많이 실력을 키울 자신이 없다면 4년제를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잘 갔다"라고 했다.

그렇게 장지훈이 대학선수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인생역전,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장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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