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9회초 1점차 박빙 승부에 '홈런 1위' NC 중심타선을 만난다면? 투수의 입장에서는 '극한직업'이 아닐 수 없다.
실제상황이다. LG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8회말 문보경의 역전타로 2-1 리드를 잡자 9회초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1점차 리드도 부담이 큰데 하필 상대할 타자가 나성범~양의지~애런 알테어였다. NC는 팀 홈런 75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팀. 홈런에 있어 가장 지분이 많은 세 남자를 상대해야 했다. 마침 알테어는 이날 홈런포를 가동한 상황. 고우석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정면돌파를 했다.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초구부터 155km 직구를 꽂았다. 2구째는 볼이었지만 구속은 154km를 나타냈다. 이번엔 몸쪽으로 붙이는 154km 직구를 던졌다. 구속은 같았지만 코스가 달랐다. 나성범은 급히 배트를 휘둘렀지만 방망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타구는 힘없는 2루 땅볼로 이어졌다.
산 넘어 산. 양의지에게는 더 신중한 투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초구 155km 직구를 낮게 제구해서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은 큰 소득이었다. 2구째 155km 직구를 던졌지만 결과는 볼. 3구째 155km 직구는 한복판으로 향했지만 양의지의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격수 오지환의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가 더해지면서 아웃카운트가 늘어났다.
나성범과 양의지를 넘어서니 이번엔 알테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테어는 이날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장타 컨디션을 끌어 올린 상황. 그래서였을까. 고우석은 초구 135km 슬라이더를 바깥쪽으로 구사하면서 알테어에게 혼란을 줬다. 곧이어 이날 가장 빠른 157km 회심의 강속구를 뿌렸다. 몸쪽으로 향한 공에 알테어가 꼼짝도 못했다.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잡은 고우석은 볼 2개를 던지며 신중한 투구를 했고 마침내 143km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경기 종료를 알렸다. 157km 만큼 빛났던 143km 고속 슬라이더였다.
고우석 특유의 강속구가 완전히 살아나면서 잃어버린 탈삼진 본능도 함께 부활할지 주목된다. 고우석이 본격적으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2019년에는 71이닝을 던져 삼진 76개를 잡았고 지난 해에는 41⅔이닝 동안 탈삼진 51개를 마크했으나 올해는 20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는데 그쳐 탈삼진 능력이 하향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9회초 1점차 리드에 홈런 군단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157km 강속구를 거침 없이 던지는 고우석을 보니 탈삼진 개수가 그리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과 같은 강속구라면 볼카운트 싸움을 점령하고 빠른 카운트에서 상대의 스윙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일 수 있다. '극한직업'을 '정면돌파'로 이겨낸 고우석의 다음 등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LG 고우석과 유강남이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 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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