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할 자격이…" 마음고생 많았던 '프로 19년 차' 베테랑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했다"

박경수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대수비로 투입돼 1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룸에 들어온 박경수에게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했다"며 "오늘 게임을 이기는 것에 도움은 됐지만, 이것 하나로 지금까지 안 좋았던 것을 잊거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경수는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말 1사 1루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박치국의 3구째 126km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5월 26일 SSG전 이후 25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시즌 6호 홈런으로 비거리 120m.

박경수는 "치고 달리기 작전이 나왔다. 내 입장에서는 공을 컨택을 해야 했다. 박치국의 퀵 모션이 컸고, 그 부분에 내 타이밍과 맞은 것 같다"며 "체인지업을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홈런을 친 상황을 설명했다.

박경수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올 시즌 성적은 51경기에 출전해 23안타 6홈런 17타점 타율 0.177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8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격 폼에도 변화를 가져가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박경수는 "팀이 이기는데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부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멘탈이 가장 지쳐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팬들의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콤팩트하게 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후배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줬는지도 생각해 봤다. 부진이 길어지니 한없이 깊어지더라"며 "물론 반등해야겠지만, 조금 더 내 것을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납득이 되는 타석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팬들은 '선'을 넘고 SNS를 통해 악플을 남기기도 했다. 박경수는 "프로 선수가 결과를 못 내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과 도를 넘는 것들도 꽤 오더라"며 "알고 보니 야구 잘하는 (강)백호, (배)제성이, (황)재균이도 받더라"고 씁쓸해 했다.

끝으로 박경수는 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홈런을 치고 들어왔는데, 선수들이 너무 좋아해 줬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미안했는데, 너무 고마웠다. 이런 분위기 자체가 고참으로서 감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KT 위즈 박경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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