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사건은 지난 5일 밤 10시에 시작됐다. NC 선수단은 6일 잠실 두산전을 치르기 위해 경기 전날 서울 원정 숙소에 도착한 상태였다. 이때 박석민의 방에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가 모여 야식을 먹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박석민의 지인이 숙소 앞에서 구단 버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박석민에게 전화를 했고 박석민은 "지금 동생들과 있으니 잠깐 같이 방에 들러 인사 나누자"고 제의했다. 박석민의 지인도 같은 숙소에 투숙하고 있어 박석민이 그만 방심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박석민의 지인까지 합석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방역수칙을 위반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맥주까지 마시며 '술판'을 벌였다. 그런데 사흘이 지난 8일 오전, 박석민은 지인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소식을 접했다. 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한 것이다. 진짜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전화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박석민이 지인의 연락을 받기 전, NC는 6~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고 당연히 '문제의 모임'에 있었던 선수들 모두 함께했다.
특히 박석민은 6일 경기 전 3루 덕아웃 근처에서 두산 선수 2명과 마주하면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채 대화를 나누고 말았다. 이 장면이 본지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아직 두산의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이들의 감염 경로 또한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안일한 인식이 낳은 장면인 것은 분명하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다음날에 타팀 선수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채 대화를 나눴으니 말이다.
결국 박석민을 비롯해 권희동과 이명기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대표팀 사전등록명단에 있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박민우는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민우는 2020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KBO는 NC와 두산의 1군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자가격리 대상자가 양팀 모두 60% 이상을 차지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NC는 14일 황순현 대표이사와 박석민의 사과문을 배포했고 구단 직원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 또한 알렸다. 김종문 단장은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기까지 단장의 직무를 배제하기로 했다. 순간의 방심이 이렇게까지 화를 키우고 말았다.
박석민은 사과문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모두가 불편함을 참아가며 견디고 있는데 저의 경솔한 판단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제가 맏형으로 모범을 보였어야 하는데 원인이 된데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팀과 리그, 타 구단 관계자와 무엇보다 야구팬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이미 KBO 리그는 사상 초유의 중단이라는 참담한 결과와 마주하고 있다.
[NC 박석민이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되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두산의 경기전 두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