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다"
지난 8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오승환의 표정은 무거웠다. 두 번의 결승 진출 기회를 놓치고 동메달 결정전까지 패하고 노메달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울 리 없었다.
한국은 지난 4일 일본과 결승전에서 2-5, 5일 미국과 패자 준결승에서도 2-7로 경기를 내주면서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은 오승환에게 씻을 수 없는 악몽이 됐다.
오승환은 6-5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랐다. 넉넉한 점수 차는 아니었지만, 6개의 아웃카운트만 막아내면 메달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맏형이 무너졌다. 오승환은 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제이슨 구즈만에게 안타를 맞은 뒤 에밀리 보나파시오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에릭 메히아에게 안타를 맞은 뒤 훌리오 로드리게스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폭투로 허무하게 동점을 내준 후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승환은 요한 미에세스에게 낮은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맞았다. 한국은 남은 2이닝 동안 역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마운드를 내려간 오승환의 표정은 좋을 수가 없었다. 더그아웃에 돌아와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입국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조용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던 오승환은 선수단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오승환과 룸메이트였던 막내 김진욱은 "선배님이 마지막에 안 좋으셔서 나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오승환에게 이번 도쿄올림픽은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그리고 대회 기간 동안 146구를 던지며 역투를 펼친 조상우를 지켜봤기 때문에 마음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김진욱은 "선배님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며 "조상우 형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전했다.
[야구대표팀이 김경문 감독이 8일 오후 '2020 도쿄올림픽'을 끝낸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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