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또 사고를 쳤다.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팀은 풍비박산이 났다.
올해 키움에서만 벌써 두 번째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 5일 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두고 수원 원정 경기 기간 중 방역수칙을 어기고 지인과 '술판'을 벌이며 물의를 일으켰다. 안일한 처신의 대가는 컸다. 도쿄올림픽 태극마크 반납은 물론, KBO로부터 36경기 출장 정지와 500만원 제재금, 구단으로부터도 징계를 받았다.
동료들이 무거운 징계를 받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을 선수. 하지만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과감했다. 송우현은 지난 8일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0.08%)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가로수 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저질렀다.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으면, 대리운전 기사가 내린 뒤 자신이 운전을 한 사실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는 선수가 쳤다. 하지만 사과는 애먼 홍원기 감독이 도맡았다. 홍원기 감독은 10일 KT 위즈와 후반기 첫 경기에 앞서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며 "불과 며칠 전 팀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사과를 드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드렸는데, 또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팀 수장으로 선수들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원기 감독은 쉽사리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목소리는 떨렸다. 믿었던 선수들이 친 뒤통수에 분노도 느껴졌다.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여러 구상을 했었는데, 이런 일들로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다.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도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화가 난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서 참담하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은 유독 음주와 관련된 사고가 끊이질 않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지난 2013년 김민우, 신현철과 2016년 임지열, 2019년에는 2군 감독이던 쉐인 스펜서가 음주운전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지금은 현역이 아니지만, 강정호 또한 2009년과 2011년 두차례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그리고 올해 안우진과 한현희에 이어 송우현까지 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팀은 당연히 풍비박산이 났다. 최근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임신한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도쿄올림픽에서 혼신의 활약을 펼친 조상우와 이정후도 휴식기가 필요해 당분간 전력에서 빠진다. 여기에 올해 선발진을 맡았던 한현희 안우진과 이제 막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송우현까지 사고를 쳤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홍원기 감독은 "송우현은 선수 구상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경찰 조사 중에 있고, 징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송우현의 개인적인 일탈로 팀과 리그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한현희와 안우진도 징계가 끝났다고 해서 자유롭게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 것이다.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다.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공 하나로 수많은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프로 선수들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엔 끊임없는 인내, 자신과의 싸움이 있다. 끝없이 자신을 이기며 팬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프로 선수들은 '생산성 없는 그깟 공놀이'를 하면서도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화려함만을 원하는 이들을 과연 '프로'라 부를 수 있을까.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이에게 프로의 자격은 없다.
[키움 히어로즈 송우현, 안우진, 한현희, 홍원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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