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현지 르포] 이다영-재영 홈구장 내부 최초 공개

[마이데일리 =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 이다영-재영 자매의 이적이 확정된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여자배구팀 홈구장의 문이 열렸다.

구장은 테살로니키 공항에서 차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스포츠 시설 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시내에선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에 속한다. 축구장, 핸드볼 경기장, 테니스장, 선수용 호텔 등이 모여 있는 단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홈구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두 선수는 그리스에 입국하고 나면 이 구장에서 아침과 저녁, 하루 네 시간 훈련을 받게 된다.

유러피언 챔피언십 등 대형 경기는 인근 스포츠 아레나에 위치한 농구장을 개조해 치른다. 하지만 그 외 경기와 훈련은 대부분 이곳에서 진행된다.

시설은 한국 계양체육관 등에 비해 많이 낡은 편이었다. PAOK는 1926년 설립됐다. 거의 100년 전이다. 여자배구팀은 설립과 같은 해 구성돼 1930년대 공식 출범했다. 이 경기장은 그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장 앞엔 대형견 한 마리가 지중해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오가는 이들이 모두 알은 체를 하고 가는 걸 보니 동네 터줏대감인 모양이었다.

여자배구팀 경기장은 텅 비어 있었다. 선수들이 아침 연습을 마치고 간 직후였다.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연겨자색으로 칠해진 복도를 따라 락커룸과 의무실, 화장실, 샤워실 등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시설 곳곳에 수많은 선수가 거쳐 간 흔적이 남았다.

어느 하나 낡지 않은 오브제가 없었지만 공간마다 누군가 애를 써 관리한 태가 났다.

모든 쓰레기통은 깨끗히 비어 있었고, 쇼파 커버에 달려 있는 레이스 술마저 한 방향으로 곱게 정리돼 있었다.

구장 내에서 마주친 미화원과 관리인, 다른 종목 선수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구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테살로니키 시민들의 PAOK 사랑은 엄청나다. 경기가 열리는 날, 팬석의 분위기는 축구 한일전이나 야구 한국시리즈 결승전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PAOK는 두 선수와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매는 비자 문제로 그리스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 주재 그리스 영사관은 비자 발급 조건으로 대한배구협회의 이적 동의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협은 쌍둥이의 이적 허가는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 =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여자배구팀 홈구장 내부]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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