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규정에 국대는 연봉10%, 일반5%...영입구단서 돈안내면 FIVB 시스템서 발급 중단
FIVB, 협회에 쌍둥이에게 수수료 받을지 질문...ITC 발급 거부한 협회는 거절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이재영-다영의 그리스 PAOK 구단 입단과 관련해서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정한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조항이 하나 있었다. 제 4조 ‘국내선수 해외진출 이적료’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을 보면 배구협회는 '국가대표의 경우 연봉의 10%, 일반은 연봉의 5%를 수입구단으로부터 받는다’고 되어 있다.
연봉의 10%라면 큰 금액이다. 1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면 최대 1억원을 수수료로 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제이적동의서(ITC)라는 종이 한 장(사실은 FIVB 시스템에 접속해서 동의 클릭만 하면 된다)을 써주는 대가로 연봉의 10%라니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상하이로 진출한 김연경의 이적 과정을 들여다 봤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시절이던 지난 2009년 임대선수로 일본의 JT마블러스로 이적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흥국생명이 밝히지 않았지만 김연경의 연봉은 약 4억원이라고 했다.
김연경은 일본에 이어 터키 페네르바흐체로 이적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였다. 7년간 뛰었는데 김연경의 첫해 연봉이 세금을 뗀 후 40만 유로(6억 2000만원)라고 했다. 세전 10억 원 쯤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연경은 2017년 다시 중국의 상하이와 계약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페네르바흐체와 계약한 수준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알려졌는데 세전 20억 원 정도라고 전해졌다.
중국리그에 뛴 김연경은 2018년 터키의 엑자시바시 비트라와 계약한 후 터키리그로 돌아갔다. 당시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인 130만 유로(약 17억 원)이상이라고 알려졌다.
이후 김연경은 흥국생명을 거쳐 올 시즌 중국 상하이로 이적했다. 연봉은 터키리그 시절보다 다소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10억원은 훌쩍 넘는다는 것이 배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김연경은 일본-터키-중국-터키-중국으로 5번 해외로 이적했다. 이때 받은 첫 연봉을 더하면 50억원(연봉이 공개되지 않아 추정)이 훌쩍 넘는다.
김연경은 당연히 국가대표이다. 그러면 대한민국배구협회는 ITC발급을 위해 손가락 몇 번 움직인 대가로 '국대는 10%'라는 규정 덕분에 김연경의 소속 구단으로부터 5억 원 이상을 이적료로 챙겼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국내프로배구 남여배구팀들도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해당 국가협회에 '이적 수수료'로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만 한다.
국제 이적료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연대기여금(solidarity fee)'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지만 각국 협회에 챙기라고 마련해준 일종의‘통행세’나 마찬가지이다.
ITC발급 과정 중 5번째 단계가 ‘선수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가 국제배구연맹의 ITC 시스템에서 동의 확인 시 수입클럽은 이적수수료를 FIVB에 납부’라고 되어 있다.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FIVB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국제 이적료는 각국이 정한 기준에 따라 내야 한다. 국내 프로배구 한 관계자는 “보통 3~10%선인데 배구 후진국은 15%까지, 선진국은 좀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ITC발급에 동의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줘야 하는 돈”이라고 밝혔다.
배구협회는 이재영-다영 자매의 이적과정에서 FIVB의 연대기여금을 받을 지 여부를 물었지만 정해진 기한까지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껏 ITC발급을 반대했는데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은 아마도 양심상 용납되지 않은 듯 하다. 쌍둥이는 내년에 다른 국가에서 뛰면 협회에 5~10%를 내야 한다.
한편 타 종목에서는 이적 동의서 발급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협회가 돈을 챙기는 행위는 없다. 야구와 축구는 당연하고 같은 실내 스포츠인 농구도 마찬가지이다.
프로농구의 경우, 대한농구협회는 한 시즌 두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는 공짜로 ITC를 발급해준다. 만약에 중도에 교체해서 3번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면 아주 ‘미미한 금액’을 구단으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김연경.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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