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만 못하다고 해야 하나…" 타격기계 이정후도 고민이 있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좀 예년만 못하다고 해야 하나."

키움 '타격기계' 이정후는 26일까지 99경기서 369타수 137안타 타율 0.371 4홈런 63타점 67득점을 기록했다. 2020시즌보다 홈런(15개→4개)과 2루타(49개→36개)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출루율(0.397→0.456)이 대폭 개선되면서 애버리지(0.333→0.371)가 올라갔다.

특히 9월에만 타율 0.492 1홈런 10타점 1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강백호(KT, 0.357)를 끌어내리고 타격 1위로 올라섰다. 데뷔 5년만에 첫 타격왕 등극을 바라본다. 7리 차로 김현수(0.362, LG)에게 타격왕을 내준 2018년의 아쉬움을 털어낼 기세다.

그러나 이정후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올 시즌 왼손투수 상대 성적이 너무 안 좋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고민이 많았고, 아직도 그렇다. 원래 왼손투수에게도 자신이 있었는데 올해 좀 예년만 못하다고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아졌다"라고 했다.

기록이 떨어지긴 했다. 올 시즌 이정후는 왼손투수에게 95타수 27안타 타율 0.284 1홈런 13타점이다. 27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단 6개다. 홈런은 1개 뿐이다. 오른손투수(0.397), 사이드암(0.422)에 비해 부족하긴 하다.

실제 2020년의 경우 좌투수 상대 타율 0.363이었다. 우투수(0.317), 사이드암(0.383)보다 오히려 애버리지가 높았다. 데뷔 첫 시즌이던 2017년에만 0.280이었고, 2018년 0.370, 2019년 0.364였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우투수, 사이드암보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높았다.

이정후는 리그 최강의 컨택트 능력을 자랑한다. 대응할 수 있는 코스가 많다. 좌타자이기 때문에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도 특유의 간결하고 정확한 대처능력으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정후는 왼손투수 상대로 주춤한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나름대로 해법을 찾는 과정이겠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한 듯했다. 그는 "요즘 왼손투수들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더 생각해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왼손투수들이 몸쪽으로 잘 던지지는 않았는데 올 시즌에는 몸쪽으로 많이 던진다.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라고 했다. 왼손투수들이 자신에게 몸쪽으로 파고 드는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까지는 바깥쪽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꺾여나가는 슬라이더나 커터에 중간 타이밍으로 커트 등 적절한 대응이 가능했다. 그러나 좌타자 몸쪽을 파는 체인지업으로 무장한 좌투수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제 이정후가 다시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이미 리그 최고타자 중 한 명인데 타격에 대한 건전한 고민을 이어간다. 자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나아가 타자와 투수의 대응과 대응이 쌓여 리그의 수준이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정후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바로 듣긴 어려울 듯하다. 일단 10월과 11월 포스트시즌을 지켜봐야 한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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