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선 감독 "악랄한 범죄, 피해자 잘못NO…범죄에 맞서는 영화되길"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김선 감독이 영화 '보이스'를 통해 사회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피해자에게는 따스한 위로를 전했다.

김선 감독은 28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곡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했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15일 개봉 첫날부터 폭발적인 호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보이스'는 13일 연속 굳건히 정상을 지키며 쾌속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7일 '보이스'의 누적 관객은 96만 5,718명으로 1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이날 김선 감독은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다만 코로나 때문에 오지 못하신 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일단 너무 뿌듯하다. 코로나 시국에 한국 영화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관련 영화다 보니 시의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보러 와주신다는 게 기쁘다"라며 "사실 100만 돌파는 예상했다"라고 미소지었다.

'보이스'의 첫 시작에 대해 김선 감독은 "보이스피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게 꽤 오래전 일이다. 언젠가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은 재작년쯤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을 다루는 영화가 그때까지 꽤 있었는데 아주 조그마한 사건으로만 쓰이거나 에피소드의 한 소재로 쓰이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좀 더 심층적으로,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었다. 보이스피싱 적진 안에 들어가 주인공을 통해서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집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굉장히 점조직화되어 있어서 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굉장히 넓고 얇게, 군데군데 삶에 침투해 있어서 한 단계, 한 단계 다 보여주기는 무리였다"라며 "최대한 담으면서 핵심 세력인 콜센터, 인출책, 변작소, 환치기 상을 주인공 서준이 따라가고 이규호(김원희) 팀장이 다시 되짚어가면서 관객들에게 해부도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취재 과정은 어땠을까. 김선 감독은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저희가 알고 있는 방송, 다른 매체, 기사를 통해서만 썼다. 초고가 완성되고 금감원, 사이버 수사대, 화이트해커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라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에 녹여내는 과정이 있었고 꽤 오랜 시간 지속됐다. 긴밀하게 연락하고 주기적으로 만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로채기 앱'을 화이트해커 분과 만나서 실제로 설명을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악성 앱이 깔리면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악성 앱을 깔게 한 주체에게 전화가 간다. 알고만 있었는데 직접 시연해주신 걸 보니 정말 황당하더라"라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극 중 서준이 잠입한 보이스피싱의 본거지는 콜센터이지만 경매장이나 도박장 같아 그 자체로 희열을 주는 동시에 아이너리하게 느껴진다. 김선 감독은 "욕망들이 날뛰는 공간, 뜨거운 열기가 보이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지옥 불의 열기 같은 것, 악마들이 서식하는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김선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보이스피싱의 지옥도, 해부도를 보여드리고 경각심을 드리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그래서 이규호의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다. 그놈들이 악랄한 것'이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다"라며 "시나리오와 영화를 준비하면서 의외로 피해자가 많았다. 그분들은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내가 왜 속았지'하고 자책하신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그놈들이 어마무시하게 치밀하고 악랄했다는 걸"이라고 강조했다.

변요한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김선 감독은 "눈여겨보고 있었다. 독립영화부터 시작해서 방송,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었다"라며 "쭉 보다 보니 영화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모험심이 있구나 싶었다. 좋은 영화면 달려들어서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같이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마침 '보이스'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액션 장면도 많고 절박함이 담긴 배역이어서 이전까지 안 봤던 변요한 배우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터프하고 절박한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선 감독은 변요한이 분한 서준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절박함을 꼽으며 "다 때려 부수고 싶다는 분노와 정말 악마 같은 악랄함을 봤을 때의 무력감까지 서준의 눈과 표정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절박함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서준이기에 극 중 변요한의 리얼하고 처절한 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고.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이 현재 진행형 범죄이기 때문에 영화 전체가 허황적으로나 만화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리얼한 맨 주먹싸움, 개싸움 이런 모습을 원했다. 그런 콘셉트가 변요한 배우와 잘 합의가 됐고, 무술 감독님께서도 그걸 잘 이해하고 안무를 짜주셨다"라고 말했다.

김선 감독은 "변요한 배우가 액션을 하면서 스턴트를 써도 되는 부분인데도… 서준 캐릭터에 잘 몰입했던 것 같다. 영화를 다 마치고 보니 대역을 쓴 장면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다"라며 "99% 변요한 배우가 했다고 보면 된다. 연출도 스태프도 동료들도 놀랐다. 변요한 배우가 서준 캐릭터를 사랑했고, 피해자들의 울분을 대변했고 분노를 잘 드러내는 의지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극찬했다.

매력적인 빌런 곽 프로로 분한 김무열에 대해서는 "역할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배우인 것 같다. 젠틀한 외모에서 악의 기운이 나오면 영화가 더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김무열 배우도 첫 만남 때 곽 프로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곽 프로의 전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작전' 이야기도 나왔다. 재밌는 과정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무열 배우의 장점은 자신감이 있다는 거다. 감독의 설명이 부족할 때에도 자신 있는 수를 놓아서 헛방이 없다. 확신이 있기 때문에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안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편하게 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라며 김무열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이규한 팀장 역의 김희원에 대해서는 "보이스피싱의 악랄함과 경각심을 전달해야 했다. 반드시 영화에 필요했고, 신뢰가 가는 배우가 필요했다"라며 "그래서 마지막 중요한 대사를 김희원 배우의 입을 통해서 했다"라고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원진아, 박명훈, 이주영, 조재윤을 언급하는 등 출연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선 감독은 디테일하게 풀어낸 범죄 과정에 비해 스피디한 전개에 대해 "효율적인 측면에서 빠르게 전개될 필요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곽 프로와 서준이 1대 1로 마주한 장면을 많이 고민했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고 김무열 배우와 논의 끝에 대사를 정해놨다. 변요한 배우와는 어떤 감정으로 총을 들지, 방아쇠를 당길지까지 이야기했다"라며 "다만 '눈물은 흘리지 말자. 분노를 많이 누른 얼굴이 절박함을 보여주지 않겠냐'라고 했는데 변요한 배우가 감정이 북받쳐서 마지막 총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 안 쓸 수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보이스'는 영화 말미, 다소 느슨해진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금 팽팽히 조이며 끝난다. 이에 대해 김선 감독은 "악의 전염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악이라는 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서 사람들을 물들인다고 생각했다"라며 "가장 순수했던 인물의 모습으로 악의 전염성, 무서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선 감독은 "범죄에 대한 영화지만 범죄에 맞서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아직도 만연해있고 앞으로도 스마트폰과 함께 진화할 범죄다"라며 "이 영화를 보시고 경각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피해자분들께 조금의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 = CJ ENM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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