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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포츠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 없다. 그래도 LA 다저스로선 결과적으로 '원조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4차원 괴짜' 트레버 바우어의 부재가 컸다.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꿈이 날아갔다. 24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2021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서 2-4로 졌다. 1승3패로 몰린 5차전 대승으로 흐름을 바꾸는가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스노우 볼'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 마지막 1이닝을 맥스 슈어저에게 맡기면서 챔피언십시리즈 마운드 운용 전체가 꼬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슈어저는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이 아닌 2차전에 나섰다. 이미 '불펜 알바'를 한 상황인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와일드카드 경기부터 시작된 피로가 누적됐다. 결국 팔 상태가 좋지 않다며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선발등판을 포기했다.
그 여파로 워커 뷸러가 사흘 쉬고 등판했으나 좋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4차전 선발 훌리오 유리아스가 2차전서 불펜 등판을 한 게 실패하면서 흐름을 넘겨준 것도 컸다. 유리아스는 2차전과 4차전 모두 좋지 않았다.
MLB.com은 "다저스가 슈어저 없이 샌프란시스코와의 5차전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나 그날 밤에는 최소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그 계획은 여러 측면에서 역효과를 낳았다"라고 했다. 로버츠 감독 역시 "회고해보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5차전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확실한 선발투수가 슈어저-뷸러-유리아스 뿐이었던 게 컸다. 올 시즌 부진한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조 켈리의 부상으로 챔피언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왔으나 끝내 보탬이 되지 못했다. 더스틴 메이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결국 커쇼와 바우어의 부재가 치명적이었다. 커쇼는 팔 부상으로 끝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은근히 약한 면모가 있었다고 해도 단기전서 커쇼보다 확실한 카드가 또 있을까. 작년 포스트시즌 5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좋았다. 올 시즌 막판 복귀, 포스트시즌 등판 꿈을 부풀렸으나 다시 주저앉았다.
3년 1억200만달러에 영입한 바우어는 다저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성폭행 논란으로 7월부터 행정 휴직에 들어갔다. 사건이 LA 검찰로 넘어갔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바우어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다저스에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11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2.94라고 해도, 올 시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7경기서 8승5패 평균자책점 2.59로 잘 던졌다.
커쇼와 바우어가 정상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다면(최소한 둘 중 한 명이라도) 슈어저와 유리아스가 '불펜 알바'를 할 이유도, 로버츠 감독이 무리수를 띄울 이유도 없었다. 바우어는 한술 더 떠 포스트시즌 기간 내내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트위터에 포스트시즌 관전 영상을 게재하며 다저스 사람들의 속을 터지게 했다. 더구나 바우어는 7월부터 공을 하나도 던지지 않고도 연봉을 완전히 수령했다.
이제 커쇼는 FA로 풀린다. 바우어는 2년 계약이 남았으나 향후 행보를 알 수 없다. 2021년 가을, 다저스는 두 대형투수의 부재에 땅을 쳐야 했다.
[커쇼와 바우어(위), 커쇼(가운데), 바우어(아래). 사진 =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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