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동안 참 많이도 속았다. '선거철'만 되면 부산 사직구장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수많은 후보자들에게 이용만 당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도' 부산에 새 야구장이 탄생할 모양새다.
지난 1985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롯데 자이언츠의 '동반자'로 '무쇠팔' 故 최동원을 비롯해 윤학길, 염종석, 손민한, 이대호, 손아섭 등의 스타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10개 구단이 이용하는 야구장 속에서도 가장 시설이 낙후된 곳 중 하나다. 비가 내리면 더그아웃에 홍수가 일고, 방송 중계부스에 물이 새는 것은 기본, 바퀴벌레와 쥐가 출몰하는 등 문제점이 많은 구장 중 하나다.
그동안 사직구장은 정치인들의 득표 수단으로만 이용됐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은 부산에 새 구장 건축 공약을 내세웠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는 '허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듯하다.
부산시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적극적이다. 최근 남자프로농구 KT 소닉붐이 부산을 떠난후 부산시와 롯데 측은 사직구장 재건축을 놓고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 KT 소닉붐의 이탈이 부산시에 적잖은 충격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첫 삽을 뜬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말'로만 늘어놓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25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부산은 스포츠 多'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부산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가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위한 업무협력을 공동선언했다"고 밝히며 "사직구장 재건축은 부산시가 선정한 우선 추진 장기표류과제 중 하나로, 이번 공동선언을 통해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2030년을 목표로 사직구장 재건축, 축구전용경기장 건립 등 메인스포츠 시설을 조성한다. 종합적인 시설 인프라 완성을 위한 실질적인 행정절차 추진에 돌입해,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축구전용경기장 건립을 2028년까지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팬들을 비롯해 롯데 관계자들도 사직구장의 재건축을 반겼다.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는 "부산시와 수시 협상을 했고, 과거와 달리 실천 의지가 강했다"며 "타시도의 선례를 중심으로 부족함 없이 준비해 나갈 것이다. 시와 관계를 맺어온 시간이 오래된 만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사직구장 재건축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이석환 대표는 "롯데는 대규모 운송업을 비롯해 호텔, 리조트, 롯데건설에서 주거 시설 등을 많이 짓고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다. 이 노하우가 야구장에 담기면 좋을 것"이라며 "야구가 없는 기간에는 시민들이 여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룹과 롯데 자이언츠가 협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 구단 관계자 또한 "부산시의 사직구장 재건축 결정은 시민들과 야구 팬들이 환영할 일"이라며 "최고의 구장이 부산에 만들어지도록 부산시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용역이 진행된다면, 시장이 바뀌더라도 사직 재건축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는 새 구장은 돔구장이 아닌 개방형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사직구장의 철거가 시작되면 롯데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임시 구장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직구장(첫 번째 사진), 박형준 부산 시장(좌)과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부산광역시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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