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고 눈치도 봤는데…" 가을바람이 불고 정수빈이 부활한다 [MD코멘트]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시즌 내내 부진했던 정수빈(두산 베어스)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귀중한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수빈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16차전 홈 최종전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정수비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5회말 1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키움 선발 최원태의 6구째 134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시즌 3호 홈런으로 비거리 110m를 기록했다.

두산은 정수빈의 역전 결승홈런을 바탕으로 7-2로 승리했고, 시즌 68승 8무 64패를 기록하며 4위 자리를 지켜냈다. 정규 시즌이 몇 겨기 남지 않은 가운데 매우 귀중한 승리였다.

정수빈은 경기후 "(강)승호가 잘 치고 나가서 찬스를 만들어줬다. 풀 카운트에서 상대 투수가 분명히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것이라 생각했고, 직구와 변화구를 모두 노렸는데, 타이밍이 좋아서 넘어갔던 것 같다"고 기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인 만큼 정수빈은 1루 베이스를 밟은 후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세리머니는 할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의미 있는 홈런이 돼 나도 모르게 많이 기뻐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수빈은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1~2군을 오가는 등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정수빈은 "매 시즌을 치르면서 나만의 리듬이 있는데, 시즌 초에는 항상 잘했던 것이 없는 것 같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성적도 끌어올렸었는데, 올해는 시즌 초반의 슬럼프가 길었다. 딱히 이유도 없고, 핑계도 없다. 그냥 내가 못했다"고 부진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그는 "시즌 초부터 굉장히 슬럼프였는데, 시즌 후반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날씨가 선선해지면 나도 몰게 힘이 나는 것 같다"며 "멘탈적인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시즌 초반에는 고개도 숙이고 눈치도 봤는데, 현실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준비를 잘 했다"고 말했다.

FA도 한차례 한 정수빈은 이제 팀 내 고참급 선수로 올라섰다. 가을 무대를 새롭게 밟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정수빈은 "시즌이 끝나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가을 야구를 한다면 영웅이 돼라'는 말을 해줬다"며 "최근 매 경기 순위가 바뀌는데, 즐기면서 매 경기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정수빈이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5회초 1사 2루서 2점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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