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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렁스' 꽉 채운 류현경 "설거지할 때도 대사 되뇌었죠" [MD인터뷰①] (창간 17주년)
21-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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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우리는 '좋은 사람'일까?"

아이를 갖자는 '남자'와 '여자'의 반문으로 연극 '렁스(Lungs)'는 시작된다. 아이 한 명의 탄소 발자국은 자그마치 1만 톤, 에펠탑과 맞먹는다. 기후학자인 '여자'는 아이를 낳으려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돼야한다 인식하고 매 순간 삶, 환경, 지구, 사회를 둘러싼 현실을 되뇌며 고민한다.

'렁스'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이다. 포스터에 거꾸로 그려진 나무는 인간의 '폐'를 연상시킨다. 극 중 '남자'와 '여자'는 환경 문제에서 출발해 사랑과 배신, 다툼과 용서, 임신과 유산에 관해 끊임없이 대화하며 새로운 앎을 도출한다. 배우는 감정과 호흡만으로 수십 년의 희로애락을 납득시켜야 한다. 등장인물이 단 둘뿐인 데다 시선을 끄는 장치는 중요한 변곡점마다 나열되는 신발 몇 켤레가 전부기 때문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4), '올모스트 메인'(2016)을 잇는 세 번째 연극 '렁스'로 지난 6월부터 약 두 달간 관객과 소통한 배우 류현경(38)은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갈고닦은 기량을 발휘해 '여자'와 혼연일체 됐다. 명료하고 반듯한 발음과 차진 감정 연기도 모자라,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방대한 대사량으로 90분을 채웠다. 서울, 성남에 이어 오는 12월 12일에는 고양으로 향한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류현경은 "서울 공연이 끝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주로 산책을 많이 한다. 동네 주변은 물론이고 약속이 있으면 약속 장소 주변 역시 많이 걷는다. 계절이 천천히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잘 흘러가는 걸 느끼고 그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보내는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영화 '아이'(2021) 이후 "현장이 너무 재밌고 '연기를 하는 것이 정말 너무 행복하고 기쁜 순간들이구나'라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는 그는 "그래서 너무 아쉬웠고 좀 더 오래 '아이'라는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아이' 앓이를 한동안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렁스'라는 작품이 들어왔어요. 작품이 담고 있는 두 사람의 인생이 극 속에 잘 스며들어 너무 좋았고 대본을 읽다 보니 극의 '여자' 역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었어요. '렁스'라는 작품으로 연기의 갈증을 해갈할 수 있을 것 같았달까요."

하지만 막상 대본을 받아드니 부담감이 밀려들었다. "대사량도 정말 많고 물리적으로 외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래도 '진짜 연습만이 살길이다' 하며 상대 배우들을 붙잡고 계속 연습했어요. 연습 시간 외 역시 계속 대본만 보고 머리 감을 때도 설거지할 때도 계속 대사를 되뇌었어요. 그러다 보니 암기가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감정과 마음들이 계속 생기게 되더라고요."


연극은 상대적으로 낯설었던 만큼 호흡 맞춘 배우와 연출, 관객으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공연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던 터라 무대가 익숙하지 않아서 매 순간 떨리고 불안했는데 함께 하는 배우님들과 연출가께서 제게 큰 용기와 희망을 긍정의 에너지를 넘치게 줬어요." 그는 "자신을 믿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시간을 믿기로 했다. 그 후 무대에서 관객과 마주하니 더 힘을 얻어서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공연을 하는 순간 집중되는 에너지와 같이 공감해주는 에너지를 동시에 느끼고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여자'는 실제 류현경의 삶과도 닮았다. 사소한 선택에 앞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곱씹는 '여자'처럼 환경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에 옮기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빨대와 다회용기, 손수건을 사용하는 식이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산을 너무 좋아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산에 가면 기분도 좋아지고 뭔가 다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느 날 산불이 난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펑펑 운 적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산이 사라진다면? 나무가 사라진다면?'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연을 지키는 것과 지구에 미안하지 않을 일들에 관심이 생겼고 제가 지킬 수 있는 한에서 소소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 프레인TPC, 연극열전]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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