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응칠' 이후 연기 계속하는 게 맞나 고민…'술도녀'로 용기 얻었죠"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정은지(28)가 '술꾼도시여자들' 출연 소회를 밝혔다.

정은지는 11월 29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에서 강지구로 분해 열연, 인생 캐릭터를 새로 쓰며 이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술꾼도시여자들'은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동갑내기 세 친구 안소희(이선빈)·한지연(한선화)·강지구의 우정을 그린 총 12부작 시리즈. 대학시절 서툴렀던 첫사랑과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 실직과 이직 등을 겪으며 성인이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공감력 있게 담았다.

OTT의 강점을 살려 TV 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재기 발랄한 대사와 연출력, 세 배우의 호연이 시너지를 낸 덕분에 회차를 거듭할수록 티빙의 성장을 이끌었다.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 열풍이 터지며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일일 가입 기여 최고를 찍으면서 '환승 연애'를 뛰어넘어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달성했다.

정은지는 극 중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로 완벽 변신,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에 이어 필모그래피에 레전드 작품을 추가했다. 특히 제자와의 아픈 사연이 깃든 동성애 코드, 가족과의 갈등 등 베일에 싸여 있던 캐릭터의 복잡한 서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폭발시키며 배우로서 또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필터링 없는 화끈한 언행과 '츤데레' 매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정은지는 "지구의 과거 서사 같은 경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많이들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멋있다'는 반응을 보내 주셔서 다행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업에 대해 "대본에 지구에 대해 길게 설명이 되어 있진 않았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한 부분이 많았다. 지구가 선생님이었단 걸 알고 나선 '유튜버가 왜 됐지?' 싶었고. 저는 그때그때 분위기 대로 연기가 되는 편인데 드라마 한 신에 꽂히면 그것만 생각하며 가는 거다. '지구가 왜 그랬을까? 뭐가 문제지? 왜 이렇게 불편해하지?' 이런 생각 하나에 꽂히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무니까, 그걸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전엔 캐릭터를 고민하는 과정이 막연했다. 선배님들께 여쭤보면 일기를 써보라든가, 다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신데 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술꾼도시여자들'을 찍으면서 '나는 이런 스타일이구나' 알게 됐다. 또 지구가 단순히 세기만 한 게 아니라서, 과거 서사 연기를 통해 배운 게 많다. 많은 칭찬들에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해낼 수 있구나' 발견했고 용기도 많이 얻었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은 시나리오 리딩 할 때부터 다들 사력을 다해 임하셔서 너무 즐거웠다. 다른 배우분들이 준비해 오신 것들을 보면서 엄청 자극을 받았었다. 또래 친구들과 찍는 건 '응칠' 이후 처음이라 더 신나기도 했다. 대본으로 봤을 땐 '이거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걱정했던 점들이 막상 현장에서 해보니 진짜 재밌더라. 오글거리는 걸 오글거리지 않게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응칠' 시원이가 잘 커서 지구가 된 것 같다는 반응이 특히 감사했다. 아직도 '응칠'을 많은 분이 기억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좋다' 싶으면서도 어떻게 성장할까 고민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연차도 계속 쌓이다 보니 더 그렇다. 색다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중이다"라고 터놓았다.

이어 "예전엔 내가 과연 어떤 걸 잘 할 수 있는가, 확신이 많이 없었다. '응칠'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진짜 내가 연기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다음 작품으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하면서 뮤지컬도 병행했었는데 그때 진짜 딜레마가 왔었다. 표준어 연기는 처음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매 신마다 있어서 부담이 안 되는 장면이 없었다. 아직도 연기에 대해 고민이 정말 정말 많긴 한데 현장에서 감독님께 많이 여쭤 보고 하고 있다. 그 뒤로는 '잘 해보고 싶다'라는 인터뷰를 많이 했다. 노래는 잘하니까 계속하고 싶은 것이라면 배우는 배워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것이다. 뭘 잘하는지 알아야 확신이 서긴 할 텐데, 그래서 또 공부하는 맛이 있더라"라고 남다른 연기 열정을 엿보게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선빈, 한선화와는 '현실 절친' 사이로 거듭났다. 정은지는 "(이)선빈이도, (한)선화 언니도 잘 끌어줬다"라며 "제가 지구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던 게 두 사람 다 각자 역할에 충실히 하니까 그리고 인물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묻어나니까 절로 몰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너무 친해져서 진짜 친구를 얻은 느낌이다. 지금도 단톡방이 활발하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들의 카메라 밖 술자리 풍경은 어떨까. 정은지는 "이선빈은 술을 잘 못 마신다. 맥주만 조금 마시는데, 텐션은 취했을 때나 안 취했을 때나 똑같다. 한선화 언니는 지연이만큼은 아닌데 실제로도 텐션이 올라가긴 한다. 우리 중에선 제가 제일 잘 마신다. 두 분이 빨리 취하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또한 정은지는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명장면, 한선화와의 욕설 신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던 게, 지인들도 제게 선화 언니랑 싸우는 짤을 많이들 보내주시더라. 방송 보여지긴 전엔 시청자분들이 과연 어떤 리액션을 할까, 저도 너무 궁금했는데 '욕하는 신을 좋아해 주시네?' 싶어 놀라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지를 고민하면서도 재밌게 찍었다"라며 "'응칠'에선 출산신이 있었는데 그때도 에이핑크의 청순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근데 작품이다 보니까 막상 공개되니 팬분들도 리스팩트를 엄청나게 해주시더라. 캐릭터 자체로 봐주시고, 제가 시작을 거칠게 했다 보니까 이해를 넓게 잘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정은지는 "광장처럼 넓은 곳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대사를 크게 내뱉으니까 소리가 다 울려 퍼지는 거다. 거기에 다른 일반인분들도 계셨는데, 쟤네들이 뭘 하나 싶으셨을 거다"라며 "처음에 선화 언니랑 리허설하면서는 '너무 센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도 엄청 떨리긴 했다. 이게 뭐라고(웃음). 근데 한 두 번 욕설 연기를 해보니까 금방 적응이 되더라. 어떻게 해도 너무 그 단어이고 순화될 수가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보자 싶었다.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도 '너희 무섭다'고 하셔서, 제가 '조심하세요' 그랬다"라고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저도 연기하면서 명치가 뜨거워졌다. 지구로서는 지연에게 서운한 상황이었으니까"라며 "연기할 땐 작품 안에 있으니까 선화 언니랑 거리낌 없이 호흡을 맞췄는데 끝나고 나니까 서로 섣불리 못 다가가는 그런 게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정은지는 "솔직히 평소에 그런 험한 말, 심한 말들을 친한 사이끼리는 악의 없이 추임새처럼 쓸 때가 있지 않나. 방송에선 못 그러다가 그걸 카메라 앞에서 '삐리리야'도 아니고, '멍게 말미잘'도 아니고 진짜로 거친 그 단어를 자유롭게 말하니까 왠지 모를 희열감이라고 하면 이상할 테고, 되게 낯설었다. 걸그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는 행위들을 한다는 자체가 재밌더라. 도전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응칠' 신원호 PD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정은지는 "감독님이 해당 장면을 보시곤 전화를 주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응칠'에서 시원하게 욕 한번 시킬 걸 그랬다고 하시더라. '은지야 너무 잘했다. 네가 어른이 잘 되어가고 있는 거 같아 보기 좋다'라며 칭찬해 주셨는데 '응칠' 이후 첫 칭찬이었다. 감독님에게 이렇게 큰 리액션은 처음 받아봤다. 존경하는 어른의 칭찬을 들으니까 확 와닿았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감독님은 저를 그냥 '응칠' 속 성시원 그 자체로 생각해 주시는 게 있다. 얼마 전 감독님한테 감동받은 포인트가 있다. 이시언 오빠의 결혼 소식에 겸사겸사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었다. 그때 감독님이 '은지 너는 내게 너무 사랑하는 아이이고 앞으로도 계속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한 사람이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직도 저는 그때의 정은지, 성시원으로서 많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돈독한 인연을 전했다.

'술꾼도시여자들'에 대한 에이핑크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은지는 "멤버들도 너무 재밌다고 그러더라. 제가 원래 잘 봤냐고 직접적으로 못 물어보는 편인데 멤버들이 먼저 '강지구 씨' '강지구 선생님' 하며 놀리더라. 그래서 잘 보나 보다 싶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술꾼도시여자들'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오는 31일 에이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팬미팅 개최를 앞둔 정은지.

그는 10주년 소감을 묻는 말에 "눈 떠 보니까 10주년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10년 차이다 보니까 거기에 기대해 주는 모습들이 있는데, 저는 아직도 무대에 설 때 긴장이 많이 된다. 무대 위에서 노련함은 카메라에 불 들어오면 잘 쳐다보는 정도?인 것 같다"라고 변함없는 초심을 드러냈다.

이어 "에이핑크가 활동 기간이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개인 스케줄로 인해 생각보다 앨범 활동이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팬미팅 생각만 해도 벌써 너무 기대되고 좋다. 팬분들 얼굴도 너무 오래 못 봤다"라고 밝혔다.

향후 에이핑크 완전체 활동에 대해선 "어떻게 컴백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일단 예정된 연말 무대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저희도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는 "저도 앞으로의 방향을 모르겠다. 그냥 계속 팬분들한테 자랑스러운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단 좋은 노래하는 게 목표다"라며 "배우는 재밌고, 제일 좋은 건 가수이다. 가수도 그냥 가수로 있는 게 아니라, 콘서트장에 있을 때. '안녕하세요, 정은지입니다'라고 인사드릴 때 그 보람이 엄청 크다. 팬분들의 박수 소리, 표정, 노래 부를 때 순간순간 교감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다 너무 재밌고 좋다"라고 얘기했다.

정은지는 "지난 10년 동안 제가 진짜 열심히 산 거 같기는 하다. 에이핑크 활동이 없을 땐 개인 활동을 했었고, 쉬는 날이 별로 없었다. 휴가를 받는다 해도 1년 중에 일주일? 정도였다. 돌아보면 '나 어떻게 저렇게 지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최근에 제 이름을 검색했을 때 어떤 팬분이 '정은지의 10년'이라며 활동을 편집해 올려주신 영상을 봤다. 그런 영상을 볼 때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네' 스스로의 벅참이 있다. 한편으론 '앞으로의 나는 어떨까'에 대한 무서움도 있고, 또 기대감도 있다. 그 순간에 있을 땐 느린 것 같았는데 행운, 행복 같은 시간들이 찾아와줬다"라고 감회에 젖기도.

끝으로 다가오는 2022년 새해, 한국 나이로 30세에 접어든 소감도 이야기했다. 정은지는 "저는 제 30대를 기다리긴 했다. 리메이크해 보고 싶은 앨범이 많아서 깊이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30대는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 하던 거 쭉쭉 잘 해냈으면 좋겠다"라고 덤덤하게 전했다.

[사진 =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 티빙]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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