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머신’ 김상식 감독, “잔디 상할까봐 가볍게 춤춘 건데”

[마이데일리 = 홍은동 이현호 기자] 춤사위로 전주성을 뒤집어 놓은 김상식 감독. 정작 그는 “가볍게 췄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지난 5일 전북현대가 2021시즌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날 김상식 감독 앞에 무대가 차려졌다. 전북 선수단은 우승 시상식을 마치고 전주월드컵경기장 응원석인 N석 앞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던 중 장내 아나운서가 “김상식 감독님 어디 계신가요?”라고 묻자 벤치 앞에 있던 김 감독이 N석 앞으로 달려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슬슬 춤 시동을 걸었다. 아직 음악이 안 나올 때였다. 김상식 감독이 춤을 시작하자 그제야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김 감독은 정교하게 스텝을 밟으며 양 팔을 휘저었다. 선수단과 관중들 모두 폭소했다. 약 1분간 마음껏 춤을 춘 김상식 감독은 모자를 집어 던지며 손으로 ‘5’를 펼쳐보였다. K리그 최초 5연속 우승을 의미한 엔딩 포즈였다.

곧이어 주장 홍정호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췄다. 감독과 주장이 춤을 추는데 누가 뺄 수 있을까. 구스타보, 김진수, 일류첸코, 문선민, 사살락, 구자룡, 송범근 등이 차례로 춤을 췄다. 문선민은 ‘관제탑 댄스’를, 구자룡은 앞구르기와 ‘미국춤’을 선보였다. 이 둘의 춤이 가장 큰 함성을 이끌었다.

‘김상식과 아이들’의 춤은 수많은 방송 카메라와 팬들의 휴대폰 카메라에 담겨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에 퍼졌다.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오를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놀 줄 아는 감독 식사마”, “우리 팀도 우승해서 감독님 춤추는 거 보고 싶다”, “다 같이 즐기는 모습 보기 좋다” 등의 댓글이 가득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K리그1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감독상을 수상한 김상식 감독 뒤 대형 스크린에 춤 영상이 재생됐다. “자신의 춤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제가 제 춤을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 잔디 상할까봐 가볍게만 춘 거다. 양해 부탁한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전북 관계자는 “잔디는 건 걱정 안하셔도 된다. 우승한 날에는 잔디 위에서 마음껏 즐기시라”며 웃었다.

김상식 감독은 올 시즌 초에 전북 사령탑에 오른 1년 차 감독이다. 시즌 내내 자신을 두고 “초보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감독 경력은 초보일지 몰라도 춤사위만큼은 절대 초보가 아니었다. 김상식 감독의 유쾌한 댄스 세리머니가 앞으로 얼마나 더 펼쳐질지 궁금하다.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을 통틀어도 김상식 감독처럼 우승 시상식에서 춤을 춘 감독은 찾기 힘들다. 한 원로 축구인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우승한 날에 감독이 체면 차리고 인사만 하는 건 옛날 스타일이다. 이럴 땐 김상식 감독처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 전북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보이더라”라며 흡족하게 바라봤다.

[사진 = 전북현대 제공, K리그 시상식 방송화면]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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