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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해 세밑인 12월31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전. 기업은행은 1세트 13-4로 앞서다 23-25로 세트를 내주었다.
무려 9점을 앞선 기업은행이었지만 역전당했다. 프로배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이다.
IBK 김호철 감독은 경기후 “우리가 훈련했던 대로 되지 않고 패턴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공격이 늘어지는 모습이었다”며 “승패를 떠나 우리가 준비했던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터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패배의 원인을 짚었다.
김감독은 이어 “현재 전력에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위로했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IBK 기업은행에는 그 중요하다는 ‘주전 세터’가 없다. 조송화가 팀을 무단 이탈한 후 팀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지금 김하경이 주전세터 자리를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김하경은 그동안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훈련을 하고 있다. 감독이 세계적인 명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호철 감독이다 보니 주전세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말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김하경과 이진을 코트에 불러 놓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다른 선수들은 오전 10시부터 훈련이지만 두 명의 세터만은 30분 더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오후 훈련에도, 야간 개인 훈련도 시키면서 빨리 팀의 기둥이 안정될 수 있도록 시간날 때 마다 훈련을 시키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하루 2시간 남짓 더 훈련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김감독의 진단처럼“우리 팀 세터들이 제 몫을 못해준 게 아쉽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김호철 감독이 팀에 합류한지 이제 딱 보름 지났다. 보름만에 세터를 완전히 탈바꿈 시킬 수는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김감독의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훈련을 시키면서 빠른 시간내 팀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세터를 혹독하기 훈련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행히 김하경도 감독의 훈련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물론 경기중에는 머릿속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바람에 경기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김호철감독의 기업은행과 첫 경기를 치른 후 “토스가 달라졌다. 플레이 자체가 빠르다 보니 리시브 라인도 좋아졌다”고 세터를 칭찬했다.
상대팀 감독이 인증할 정도로 토스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김호철-김하경 노력의 결과물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매일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하경은 “처음에는 감독님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재미있는 분이다”며 “아무래도 세터 출신이다 보니 잘 안되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신다. 부담스럽진 않다. 감독님이 잘 알려주시고 그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 김호철 감독의 평가는 어떨까? 김 감독은 "경기 초반에는 그래도 잘 풀어나가는데 후반에 접전일때 되면 제대로 된 토스가 나오지 않는다"며 "경기 경험 부족이 가장 큰 단점이다. 팀이 어려울때도 세터가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김감독은 "훈련도 잘 따라와 주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갈수록 좋은 토스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호철 감독은 팀에 합류하는 날 약속했다.“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 끝난 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그날이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다.
[김호철 감독이 기흥 합숙소 코트에서 김하경에게 개인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유진형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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