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키조개 관자-표고버섯 '장흥삼합'...한겨울 추위도 거뜬한 보양식<하> [이기자의 낮이밤이]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 옛날에 남도 사람들은 ‘벌교가서 주먹자랑하지 말고 목포가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 전남 장흥은?

장흥에가서는 ’글자랑 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만큼 장흥은 문인들이 많이 나온 지역이다. 소설가 이청준을 비롯해서 한승원, 지난달 세상을 떠난 송기숙 교수가 바로 장흥출신이다. 그래서 ’문학관광기행특구‘ 장흥<상>편에서 주로 문학을 주제로 가볼만한 곳을 다루었다.

‘이기자의 남이밤이’ 장흥 두 번째 이야기는 겨울철 별미이다. 석화구이 바지락회무침, 장흥삼합 등이다. 물론 배를 채웠으니 탁 트인 남해 바다와 장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사자산과 억불산 등도 소개한다.

장흥 먹을 거리의 보고, 득량만

득량만은 장흥과 고흥을 아우르는 넓은 만으로 고흥군·보성군·장흥군 등의 일부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득량면 해평리와 대서면 남정리 연안에 득량만 방조제를 쌓아 그 일대에 넓은 간척평야가 조성되었다. 만의 연안에는 낙지·장어 등이 많이 잡히며, 김·미역·굴·피조개·키조개·바지락 등의 양식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득량만에 속한 장흥 수문천 하구일대의 갯벌은 갯벌 생태계의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습지로 장흥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수문천 하구갯벌 사구에는 갯잔디, 칠면초, 갈대 등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는 지역에는 환경부의 보호종인 기수골고동이 서식한다. 갯벌 일대에는 흰발농게, 풀게, 칠게, 말뚝망둥어, 대수리, 비뜰이고동 등과 괭이갈매기, 왜가리, 도요새, 물떼새, 청둥오리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득량만은 전국 처음으로 산(酸)을 사용하지 않는 무산김 양식을 시작하면서 인근 남해안에서 가장

청정한 수역으로 공인돼 있을 정도다. 청정해역을 바탕으로 2017년 장흥군 앞바다인 득량만이 ‘청정해역 갯벌생태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겨울 별미,석화구이-장흥삼합-바지락 회무침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한 장흥군 용산면 남포마을에서는 소등섬 앞바다에서 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자연산 굴을 직접 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곳 들이 많다. 굴맛에 불 맛이 더해져 더욱 풍미가 있다.

장흥의 자랑거리인 장흥삼합은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가 어우러진 장흥을 대표하는 보양 음식이다.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 보다 더 음식 맛이 깊어진다.

장흥 으뜸 요리로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별도구매를 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셋팅비를 별도로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재료다보니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진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바지락회무침. 씨알이 굵은 장흥 바지락에 미나리, 표고버섯, 양파,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매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건강 요리로 인기다.

참기름과 김가루가 담긴 그릇에 밥과 회무침을 넣어 슥삭슥삭 비비면 한 공기는 그냥 뚝딱이다.

고형차(청태전)의 고향

청태전은 고형차(덩어리차)의 한 종류이며, 이것은 차의 완성된 모양에 따라서 붙여지는 이름으로 돈차, 전차라고도 한다.

청태전은 우리고유의 전통차로 삼국시대부터 장흥,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발효차로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찻잎을 쪄서 찧으면 흡사 바다에서 나는 파래와 비슷한 색을 내며, 일정시간 마른 후에 대꼬치로 구멍을 뚫어 놓으면 엽전모양과 비슷해 전(錢)을 붙여 청태전이라 불린다. 억불산 아래 상선약수마을에 위치한 전통다원에서 청태전을 맛볼 수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 《동국여지승람》, 《경세유표》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서 신라 말기에 보림사에서 처음으로 돈차가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보림사가 위치한 장흥군은 고려, 조선 시대에 한국의 차 문화의 거점으로 여겨졌다.

특히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전국 19개소의 다소(茶所, 차(茶)를 생산하는 곳) 가운데 13개소가 전라도 장흥도호부(長興都護府)에 존재한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사자모양을 닮은 거대한 암반이 있는 사자산

사자산(666m)은 제암산(778.5m), 억불산(518m)과 더불어 장흥 삼산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누워서 고개만 들고 있는 거대한 사자모양을 닮았다고 해 사자산이라 불린다. 장흥읍쪽 봉이 사자머리 같다 하여 사자두봉, 정상은 남릉과 더불어 꼬리 부분이라 하여 사자미봉으로도 불린다.

곰재를 사이에 두고 제암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동서로 400m의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산행코스는 여러 개 있는데, 제암산이나 곰재와 연결한 종주코스가 인기다.

산행 기점이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인 경우 간재골짜기의 제암산 임도를 따라가다가 간재에 도착한 후 오른쪽의 사자산 꼬리와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을 거쳐 사자산 두봉(머리)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장흥읍내와 남해로 빠져나가는 탐진강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장흥의 명산, 억불산

높이 517m인 억불산은 주능선에 기암괴석이 많은 편이다. 바위의 모양이 부처가 서있는 모양을 닮아 수많은 부처들이 있다 하여 억불산이라 불린다.

장흥의 명산으로 손꼽히며 특히 편백나무가 많기로 유명하다.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오르기 쉽고, 20만 평의 편백나무 숲과 대나무 숲은 삼림욕장과 산책로로 딱이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 전남 장흥군에는 100ha에 40년생 이상의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가 바로 그곳이다.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에서 건강 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단지, 말레길 등이 조성돼 있다. 목재문화체험관 전시관에는 숲과 나무에 관한 내용을, 체험관에는 목재문화 전반에 관한 내용을 체험할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밤 12시(일~목, 금/토 24시간 운영)까지 편백소금찜질방에서 휴양과 건강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안중근의사 사당이 있는 해동사

해동사는 장흥군 장동면 만수리에 있는 사당으로, 2019년 12월 26일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가 안중근의사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다. 지난 1955년 장흥에 살던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이 순흥 안씨인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 죽산 안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은 건물이지만 사당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영정 2점과 친필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고, 정면에는 위패와 영정사진이 있다.

‘동양의 3보림’ 가지산 보림사

해발 510m의 가지산 깊은 산자락에 있는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린다. 사찰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및 창성탑비 등이 있다.

보림사 뒤편에는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한 비자림 숲길이 있다.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비자림은 방대한 산림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진=이석희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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