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은 '리빙 레전드' 김해란...'1만 디그' 금자탑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디그여왕' 김해란(38)이 아들의 응원을 받으며 V리그 남녀 최초로 디그 성공 10000개 대기록을 달성했다.

10000개의 디그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통산 디그 2위를 기록중인 한국도로공사 임명옥(8982개)과 1000개 이상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성적이다.

남자부의 '살아있는 전설' 현대캐피탈 여오현 플레잉코치도 5121개의 디그로 김해란의 성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김해란의 아들 조하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구장을 찾아 엄마를 응원했다. 김해란은 그래서 더 승리하고 싶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 무릎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했던 김해란은 복귀전에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여러 차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수비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해란의 흥국생명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4라운드 홈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3(25-21 26-28 19-25 25-22 12-15)로 아쉽게 패했다.

양 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아장아장 코트로 걸어 나오는 천사가 있었다. 바로 김해란의 아들 조하율이었다. 2020년 12월생으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였고 제대로 걷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김해란의 아들을 본 IBK기업은행 김희진은 회복 스트레칭을 멈추고 코트 중앙으로 뛰어나와 아이와 악수하며 행복해했다. 경기 후 선수들과 팬들의 최고 스타는 김해란의 아들이었다.

한편 '한국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은 처음부터 리베로는 아니었다.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공격수였다. 고교 3학년 때 발목뼈가 부러져 드래프트를 앞두고 큰 수술을 받았고,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뒤에도 수술을 받았다. 이때 한국도로공사 감독이던 김명수 전 감독이 부상으로 점프가 힘들었던 김해란에게 리베로로의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고 이때부터 김해란의 리베로 역사가 시작되었다.

김해란은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흥국생명 등을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리베로로 거듭나게 되었다. 2005시즌부터는 무려 9시즌 동안 디그 1위를 기록했고 국가대표로도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이었다.

출산 후 올 시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김해란은 팀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이 중국으로 떠났으며 김세영은 은퇴를 선언했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도 학교폭력 논란으로 팀을 떠났고 이한비 마저도 AI페퍼스 특별 지명 선수로 팀을 떠났다.

팀의 중심이 되어 줄 선수가 필요했고 김해란이 그 역활을 하고 있다. 동생들은 물론 박미희 감독까지 베테랑인 그에게 의지하곤 한다. 김해란은 이렇게 동생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흥국생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들 앞에서 1만 디그 대기록을 달성한 김해란.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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