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밑에 약졸 없다'...'명장' 김형실 감독을 웃게 만든 '승리 물세례', 희망을 쏜 페퍼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광주 유진형 기자] 여자배구만 35년 지도한 '명장' 김형실 감독이 배구 인생에 잊지 못할 승리의 물세례를 받았다.

막내 페퍼저축은행은 18일 광주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0(25-18 25-22 25-21)으로 제압하며 역사적인 홈경기 첫 승을 따냈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2승 22패)은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과의 4번의 맞대결 중 2번을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승점 8점 중 7점을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쌓았다. 창단 첫 승도 홈경기 첫 승도 모두 IBK기업은행이었다.

이날 경기는 예상과는 달리 압도적인 높이를 바탕으로 페퍼저축은행이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고 박경현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다. 김형실 감독과 선수들은 박경현에게 승리의 물세례를 하기 위해 물병을 들고 인터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김형실 감독이 제일 먼저 달려가 물세례를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선수들은 짜기라도 한 듯 박경현이 아닌 김형실 감독에게 물세례를 하기 시작했다. 흠뻑 젖은 김형실 감독은 당황한 기색도 잠시 이내 바로 미소를 보이며 승리를 즐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형실 감독도 그동안 17연패에 빠지며 마음고생이 심했고 선수들은 그런 감독에게 오늘 승리의 영광을 돌린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다른 팀에서 주로 백업으로 뛴 선수들과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팀이다. 지난해 4월 김형실 감독이 선임된 뒤 특별지명과 신인 드래프트 등 선수단 구성 작업을 거쳐 9월에야 전 선수가 모여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다.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고 경기를 치를수록 페퍼저축은행은 김형실 감독이 원하는 팀으로 점점 바뀔 것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중장기 미래비전을 갖고 패기 있는 젊은 선수들로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V리그 막내팀이다. 김형실 감독의 바람대로 3년 후 정상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홈경기 첫 승 후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은 김형실 감독. 사진 = 광주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