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2사에 강판시킨 외국인 감독...19세 신인 투수의 1승, 구단은 보상해줄까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1년 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전 소속팀 KIA로 돌아온 최고의 좌완 양현종(34)은 4년간 총액 103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30억원, 연봉 총액 25억원, 인센티브 48억원의 조건이다.

전체를 4년으로 나눴을 때 양현종의 1년 평균 몸값은 20억원이다. 만약 양현종이 올시즌 20승 투수로 등극한다면 그의 1승 가치는 1억원이다. 양현종은 지난 2017년 20승6패, 평균 자책점 3.44의 성적으로 KIA를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마무리했다.

지난 해 KBO리그에서 가장 아프고, 안타깝게, 혹은 말이 안 되는 투수 교체로 1승을 목전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두고 강판된 당시 19세 고졸 신인 왼손 투수가 있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좌완 김기중이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김기중(유신고)은 계약금 1억5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고교 시절 부상으로 주춤했으나 롯데 김진욱(강릉고), KIA 이의리(광주제일고)에 버금가는 좌완이었다.

한화 구단도 김기중에게 구단의 레전드였던 좌완 구대성의 배번 15번을 줬다. 그러나 김기중은 지난 해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힌 KIA 이의리, 롯데 김진욱처럼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최악의 투수교체로 평가 받은 희생양이 됐다.

김기중은 지난해 9월25일 두산전(잠실)에 선발 등판했다. 상승세의 두산 타선을 상대로 5회말 원아웃까지 무안타 역투를 펼쳤다. 고졸 신인 좌완의 패기와 포심 패스트볼이 위력을 보여 더욱 주목 받았던 투구 내용이다.

한화는 3-0으로 앞서 있었는데 김기중은 5회 1사 후 박세혁에게 첫 안타를 내줘 노히트가 깨졌다. 그리고 투아웃 2사 2루에서 두산의 쿠바 출신 용병 페르난데스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1점 추격을 허용했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계속된 5회말 2사2루.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계속된 두산 박건우 타석 때 느닷없이 김기중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더욱이 이날 두산 선발은 KBO리그 최정상급 좌완 아리엘 미란다(당시 32세)였다. 토종 19세 고졸 신인과 리그 최고 외국인 좌완의 맞대결에서 김기중이 역투를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나중에 10승 15승 투수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면 좋겠다. 아직 성장 중인 어린 투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그 누구도 거기에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경우는 메이저리그나 상위 마이너리그 방식도 아니다. 루키나 로우(low) 싱글A 수준에서나 할 투수 훈련 방식이다.

KBO리그는 투수 훈련 무대가 아니다.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하는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선수 개인은 자신의 성적을 내 몸값을 올려야 하고 팀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

김기중은 5회말 2사2루에서 아웃카운트를 스스로 잡아 내 승리투수가 되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고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고 있어 팀의 1승이 소중한 상황도 아니었다. 이미 페넌트레이스 초반부터 최하위권에 처져 있었다.

김기중은 결국 데뷔 첫 시즌을 15경기에서 53과 3분의 2이닝을 던지고 2승4패, 평균 자책점 4.70으로 마무리 했다.

고교를 갓 졸업한 김기중은 처음으로 자신의 성적에 대한 평가를 연봉 협상에서 받게 됐다. 물론 최종 결과는 알 수 없으나 그날 수베로 감독이 막은 1승(승패 요건 5이닝)을 포함해 유독 김기중에게 가혹했던 흐름을 끊어버린 투수 교체들을 한화 구단 프런트가 어떻게 평가할지 흥미롭다.

[샤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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