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A매치 데뷔골’ 조영욱에게 “감독님 찾아가 무릎 꿇어”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FC서울 맏형 기성용(32)이 소속팀 후배 조영욱(22)과 나눈 훈훈한 메시지를 공개했다.

기성용은 한국과 몰도바의 친선 A매치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영광스런 국대와 카톡’이라며 19일에 조영욱과 나눈 대화를 보여줬다. 기성용이 먼저 “연락 없는 영욱아 A매치 데뷔는 하고 와라. 창피하니까”라고 말을 걸었다. 조영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터키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을 때였다.

조영욱은 “아니 형 제가 (A매치) 데뷔를 해야 형한테 자랑스럽게 연락을 하죠. 아직 데뷔 못해서 연락 못 드린 거예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기성용은 “못 뛸 거 같으면 (벤투) 감독님 방 가서 무릎 꿇어”라고 조언을 건넸다. 절실한 마음으로 데뷔를 준비하라는 선배의 뜻이었다.

기성용의 ‘전방 압박’이 통한 걸까. 조영욱은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 기회를 맞았다. 21일 오후 8시에 열린 몰도바와의 친선 A매치 후반전 15분에 조영욱은 조규성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교체 투입에 앞서 조영욱에게 전술 지시를 내렸다.

조영욱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여분. 조영욱은 특유의 활동량과 압박을 앞세워 몰도바 수비진을 괴롭혔다. 이미 3-0으로 크게 이기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조영욱을 비롯해 한국 공격수들은 추가골 기회를 계속 노렸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조영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칩슛을 시도했다. 이 공은 골키퍼를 넘겼지만 골대를 때리고 밖으로 나갔다. 공이 나가는 걸 본 주심은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조영욱이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키커로 조영욱이 나섰다. 조영욱의 땅볼 슈팅은 골키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골문 구석에 꽂혔다. 조영욱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으며 인생에서 오래 기억될 하루를 보냈다. 기성용은 조영욱의 A매치 데뷔골 순간을 시청하면서 “바로 감독님 방 갔다 왔구만”이라는 추가 멘트를 달았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기성용 SN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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