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꿈 포기 나성범↔‘악마의 에이전트’ 여전한 의혹,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어린 시절의 꿈인 MLB를 포기하고 자신이 성장한 NC 다이노스도 떠나 6년간 총액 150억 원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거포 외야수 나성범(33)의 입단식이 1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나성범은 먼저 자신의 프로 데뷔 후 함께 한 NC 다이노스에 고마움부터 전하고 KIA 구단과 장정석 단장의 정성,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소회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 나성범은 2020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섰다. 그의 에이전트는 ‘슈퍼 에이전트’를 넘어 메이저리그에서 ‘악마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70)였다.

나성범은 2020년 12월10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공식 포스팅됐고 협상 기간인 한 달을 넘긴 뒤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키움 히어로즈 출신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행이 성사됐으나 정작 더 기대를 모았던 나성범은 무산됐다.

나성범은 KIA 입단 기자회견에서도 MLB행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대신 전 소속팀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성범은 ‘나만이 아니라 야구를 하는 선수들 모두의 꿈이 메이저리그다. 포스팅을 신청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한 달 동안 결과를 기다렸다. 너무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좋은 결과를 기대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상황이 잘 맞지 않은 것도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LA 인근 뉴포트 비치에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하며 메이저리그 계약을 간절히 기다렸던 나성범이다. 여러 가지라는데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2019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 나성범을 장타력, 수비력, 강한 어깨 등을 갖춘 5툴 플레이어로 홍보했다. 메이저리그 계약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계약 조건을 받아오지 못했다.

나성범은 실패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덤덤히 그때를 떠올렸다.

지난 시즌 종료가 다가오고 FA 시장이 열릴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재도전 여부가 관심사가 됐다. 메이저리그 한 구단에서 나성범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이 KBO로 들어와 야구계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나성범은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NC 다이노스에 남아 구단의 지원을 받는 길밖에 없었다. 이 경우 FA 신청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사이가 멀어져 에이전트 계약이 오래전에 끝났다는 얘기가 야구계에 흘러나왔다. 심지어 크게 싸웠다는 확인할 수 없는 설도 있었다.

스캇 보라스와 한국 선수들의 인연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부터 시작됐다. 박찬호는 건축가였던 재미 한국인 스티브 김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LA 다저스에 입단했으나 몇 년 뒤 스캇 보라스로 교체했다.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에게 5년 65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 행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계약이 끝난 후 결별했다.

류현진의 경우 스캇 보라스의 지원으로 LA 다저스에 입단했고 보라스는 FA가 된 뒤 토론토 블루제이스(4년 8000만달러)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앞서 추신수도 스캇 보라스가 만들어 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7년 1억3000만달러 계약이 끝난 후 지난 해 1월 초 에이전트를 제프 보리스로 교체해 그 이유를 놓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시점에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새 구단을 찾았는데 스캇 보라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포기하고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와 전격 계약해 KBO리그로 돌아왔다.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경험한 스캇 보라스는 ‘큰돈’으로 귀결된다. 선수는 ‘큰돈’을 벌기 위해 스캇 보라스를 찾아 가고 반대로 스캇 보라스는 ‘큰돈’이 안 되는 선수는 자신의 계약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린다.

나성범도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큰돈’이 안되니 존중 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기아에 압단한 나성범. 사진=유진형 기자]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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