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무관이잖아, 책임지고 꺼져” 팬 vs 회장 장외설전 벌인 에버턴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에버턴 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이들은 구단 회장의 퇴근길을 막고 '이사회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에버턴은 22일(한국시간) 홈구장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아스톤 빌라에 0-1로 패했다. 에버턴은 리그 5경기 무승(1무 4패) 부진에 빠지며 16위로 떨어졌다. 강등권과 겨우 4점 차다.

팬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에버턴은 수년째 ‘EPL 다크호스’로 불리며 ‘이번에는 일을 내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만 가득했다. 매번 중위권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겨울 이적시장 기간에 핵심 수비수 뤼카 디뉴를 아스톤 빌라로 팔아넘겼다. 며칠 뒤에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경질했다. 경질 직전까지 리그 13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둔 게 문제였다. 베니테스는 6개월 만에 쓸쓸히 짐을 싸서 나왔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에버턴 팬들은 아스톤 빌라전에서 울분을 표출했다. 경기 종료 후에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플래카드를 들어 구단 이사진을 압박했다. 이들이 내건 메시지는 “빌 켄라이트 회장은 당장 꺼져라”, “소통도 안 되고, 계획도 없고, 비전도 없는 팀”, “이사회 모두 잘라버려” 등이었다.

에버턴 팬들이 경기장 외부에서도 “회장과 이사회 모두 에버턴에서 꺼져라”라고 외치자 빌 켄라이트 회장이 직접 등장했다. 회장과 팬 사이에는 경찰 병력이 대기하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했다. 켄라이트 회장은 “에버턴을 사랑한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이렇게 소리친들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라며 해산을 요구했다.

그러자 팬들은 “우리는 일 잘하는 이사회를 원한다”, “지난 27년간 무관이었다. 당신들의 무능력에 치가 떨린다. 이젠 제발 나가라”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울분을 쏟아냈다. 켄라이트 회장은 “그래도 좋았던 때가 있지 않았나요?”라고 되묻자, 일제히 “당신만 좋았겠지, 팀은 점점 망해가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한동안 이들의 대치는 계속됐다.

[사진 = AFPBBnews, 트위터]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