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규 놀이→국대 톱타자→FA 대박→트레이드 파동→가성비 갑 대반전→'영웅들의 리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영웅군단의 진정한 리더다.

박병호가 KT로 떠났고, 오주원은 은퇴했다. 이제 키움의 진정한 리더는 '히어로즈 2년차' 이용규(37)다. 젊은 선수가 유독 많은 키움에서 2021시즌 입단하자마자 단숨에 정신적 지주가 됐고, 올 시즌에는 존재감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용규만큼 굴곡이 심한 베테랑이 또 있었을까. 이용규의 야구인생을 돌아보면 한 편의 드라마다. 2004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LG에 입단했다. 트레이드로 KIA로 넘어간 뒤 본격적으로 포텐셜을 터트렸다. 2006년과 2008년에 타율 0.318, 0.312를 치면서 KBO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파울 커트를 워낙 잘해 '용규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한동안 국가대표 붙박이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다. 빠른 발을 기반으로 한 넓은 외야수비 폭, 센스 넘치는 주루 역시 이용규의 트레이드 마크다.

2013시즌을 마치고 한화와 4년 67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서도 변함 없이 꾸준한 기량을 과시했다. 2017시즌 부상과 부진했지만, 2018년 부활했다. FA '1년 재수'를 택했고, 2019시즌을 앞두고 2+1년 26억원 계약에 다시 한화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 큰 파장이 일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나 구단의 기용법을 둔 불만이었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결국 한화는 9월 초까지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결국 이용규는 구단과 팬들에게 사과했고, 2019시즌에는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2020시즌에 한화 주장으로 선임, 120경기서 타율 0.286 1홈런 32타점 60득점 OPS 0.718로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한화는 2020시즌이 끝나고 이용규를 방출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로 새출발하면서 급진적 리빌딩을 선언했고, 대부분 베테랑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규도 팀을 떠나게 됐다.

그런 이용규의 가치를 알아본 구단이 키움이다. 한화가 2020년 11월5일에 이용규와의 인연을 정리했고, 5일만인 11월10일에 1년 1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연봉 1억원에 옵션 5000만원, 거의 프로 초창기 시절로 돌아간 몸값이었다.

KBO리그에서 17년을 보내면서 산전수전을 겪은 이용규에게 몸값 1억5000만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용규는 키움에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했다. 곧바로 외야와 테이블세터 한 자리를 차지했다. 성적도 오히려 향상됐다. 2021시즌 133경기서 타율 0.296 1홈런 43타점 88득점 17도루 OPS 0.765.

이용규는 실력 뿐 아니라 젊은 타자가 많은 키움에서 단숨에 정신적 지주가 됐다. 키움은 지난해 중반부터 1999년생 김혜성을 주장으로 파격 선임했다. 김혜성이 주장 역할을 잘 할 수 있었던 건 이용규와 박병호 등 고참들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잘 도왔기 때문이었다. 이용규는 자신의 타격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내색 한번 하지 않았고, 후배들에겐 수시로 격려하는 등 몸값 이상의 기여를 했다.

키움은 연봉협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규도 당연히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1억5000만원이 아까울 정도였다. 홍원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두텁다. 전성기보다 운동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용규놀이'는 여전하다. 박병호가 KT로 떠나면서 키움 덕아웃에 이용규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이젠 영웅군단의 진정한 리더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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