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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타는 여자들’, 친구들아 고마워[곽명동의 씨네톡]
22-01-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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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여기,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소녀들이 있다. 이들은 집안이 가난해서 혹은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청계시장 봉제공장에 취직했다. 하루 15시간씩 앉은뱅이 책상에 무릎을 꿇고 몇 년을 ‘시다’로 일해야 겨우 미싱을 탈 수 있다. 미싱사가 되어도 월급은 쥐꼬리다. 그마저도 떼일 때가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수출 증가’를 목표로 노동자를 무한정 착취했고, 노동자는 숨 쉬기도 힘들어 쓰러져갔다. ‘전태일 열사’ 이후 현실에 눈을 뜬 여성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온 몸으로 외쳤다. 김정영, 이혁래 감독의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 여성노동자들의 한맺힌 사연을 담아내 남성과 지식인 중심에 치우쳤던 한국 노동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냈다. 이 영화는 자기에 대한 자존과 타인에 대한 연대로 유신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한 여성 노동자들의 가슴 뜨거운 증언의 기록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 선생님이 파주 평화누리공원의 넓은 들판에서 미싱을 돌려 자신의 이름을 박음질한다. 10대 시절 좁은 골방에서 장시간 노동했던 이들은 “이렇게 넓은 곳에서 일하면 일할 맛 나겠다”고 입을 모은다. 두 감독은 40여년의 세월이 지나 넓은 공간에서 가슴을 활짝 펴고 일하고 싶었던 10대 소녀의 꿈을 ‘영화적으로’ 실현했다. 잊고 싶은 기억을 실타래 풀어내듯 들려주면, 어느새 1970년대 청계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노동교실에서 공부하고, 근로기준법을 배우고, 동료애를 나누었던 청계피복 노조원들은 1977년 9월 9일 경찰의 탄압으로 결국 구치소에 수감돼 실형을 살았다. 경찰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였고, 판사는 북한의 사주를 받았냐고 다그쳤다. 감옥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별과 달이 그들을 위로했다. 몸은 갇혔지만, 꿈과 열정은 갇히지 않았다.

모두 14명의 여성 노동자 증언이 이어지는 사이로 각 인물들의 과거 사진이 교차되는 편집은 풋풋하면서도 용감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특히 후반부에 ‘9.9사태’를 묘사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날의 실상이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펼쳐진다. 밀려 들어오는 경찰에 맞서 사무실 문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절실함과 “여자 전태일이 되겠다”며 옥상 난간에 매달리는 절박함이 아우성치는 그날의 현장이 귓가에 쟁쟁하게 울린다. 목소리 높여 투쟁을 외치고, 어깨를 걸고 단결의 대오를 이뤄내는 모습은 가혹했던 노동환경을 바꾸고자 했던 ‘인간선언’이었다. 초로의 나이에 접어 들었지만, 불의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은 여전히 굳세다. 그들의 목숨 건 투쟁 덕에 살인적인 근로시간이 단축됐고, 1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금이 도입됐고, 미약하게나마 임금이 인상됐다.

들판으로 시작한 영화는 옥상에서 끝난다. 낮은 천장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했던 여성 노동자에게 하늘만큼 소중한게 어디 있겠는가. 그 푸르른 하늘을 향해 울려 퍼지는 ‘흔들리지 않게’는, 40여년전 경찰 앞에서 불렀던 당당한 목소리 그대로 뻗어나간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 중 하나는 ‘세월의 왈츠’다. 옳은 일을 한다는 믿음 하나로 그 긴 세월을 견뎠다. 동료들을 믿고 의지하며 경쾌한 왈츠를 추듯 엄혹했던 시절을 건너왔다. 그래서 어느 분이 옛 사진을 보고 눈물을 삼키며 “친구들아, 고마워”라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혼자는 외롭지만, 함께는 든든하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청춘이 ‘미싱타는 여자들’을 본다면 삶의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들은 물가에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았다.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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